요즘 하도 국내외 기전이 많이 개최되다 보니 세계 정상급 기사가 출전하는 빅 이벤트가 아니면 웬만한 기전은 바둑가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이런 상황에서 주로 중견 기사들이 출전하는 자그마한 국내 대회가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4개 시도에서 각 지역 출신 프로 3명, 아마추어 2명 등 모두 5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제1회 대우정보시스템배 프로 아마 시도대항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뜻밖에 바둑가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도대항전은 우승상금이 팀당 2,000만원에 불과한 자그마한 기전. 당초 바둑TV에서도 가벼운 이벤트성 기전으로 시작했으나 전국 바둑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바둑TV의 간판 프로그램인 스피드 초점국이나 세계대회 생중계의 시청률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각 시도 대표팀이 지난 8개월간 열전을 치른 결과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던 전남팀(한종진 3단, 곽응구 아마 6단, 이세돌 3단, 조민수 아마 7단, 조훈현 9단)과 뜻밖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경남팀(윤현석 7단, 김동섭 아마 7단, 강만우 8단, 박수현 아마 7단, 양재호 9단)의 마지막 결승전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시도 대항전으로 약간의 지역색을 가미한 데다 5인 1조 단체전이기 때문에 개인전과는 달리 예상치 못한 승부가 많이 나온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됐던 경남팀이 선수 전원의 고른 전력에 힘입어 경기, 서울 등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 전남팀과 영호남 대결을 벌이게 돼 더욱 팬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제1회 대회라서 중견 강호 위주로 선수 선발을 하는 바람에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예 강호들이 많이 참가하지 못해 짜릿한 승부감이 다소 덜해졌다는 점이다.
내년부터는 대회 참가 팀수를 20개 정도로 늘리고 선수 선발도 전년도 상금 랭킹순으로 변경, 신예 강호들의 참여를 높이기로 했다.
바둑가에는 이번 시도대항전의 성공 사례를 계기로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개인전 방식으로만 진행되어 온 프로기전 운영 방식에 대한 반성과 함께 프로바둑 부문에서도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와 같은 프랜차이즈 형식의 기단(碁團) 운영 방식의 도입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어쨌거나 뜻밖에 효자 프로그램이 된 프로 아마 시도대항전.
과연 어느 팀이 '바둑 최강의 고장'이라는 영예를 차지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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