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여중 집단폭행 사건에 이어 얼마 전에는 옥정중에서는 서지혜양이 친구들의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여중생 딸을 둔 학부모로서 딸을 학교에 보내기가 겁난다.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임은정ㆍ서울 도봉구 방학동
서지혜양의 사인 논쟁 옥정중 서양의 사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서양의 가족은 폭행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찰은 사체를 검안한 서울 중앙병원 의사의 소견에 따라 급성간염의 갑작스런 악화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냈다.
정확한 사인은 이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하지만 서양 친구들의 진술 등에 따르면 평소 서양이 친구들의 폭행에 시달려 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교 폭력의 양상과 문제점 요즘의 학교 폭력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피해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내폭력 피해학부모 모임의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맞는 것까지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임종석(任鍾晳)의원이 발표한 조사자료에도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폭력현상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는 18.5%, 11.4%만이 '거의 사라졌다'고 대답한 반면 학생은 41.3%가 '거의 사라졌다'고 대답했다.
또 '예전과 같은 수준이다'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학부모 48.1%, 17.7%, 교사 56.4%, 24.6%, 학생 33.9%, 7.5%의 비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임의원은 "실제 학원폭력이 줄었다기 보다는 어느새 학생들이 폭력에 길들어져 둔감해 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폭력에 둔감해진 데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즉시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폭력을 당했거나 목격했을 때 왜 담임선생님에게 알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85%의 학생이 '알려봐야 시정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폭력이 만성화하고 학생들도 무감각해져 버린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학교측은 왜 폭행사건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까. 전교조의 이경희 대변인은 "사건이 공개됐을 경우 가해학생의 법적인 처벌을 원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폭행사건이 발생하면 담당 교사가 근무평점이 깎여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 청소년폭력문제 전문가들은 처음 폭력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학생들이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학교사회사업 전담교사제를 실시하고, 학교마다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학교폭력중재위원회'같은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가람고등학교는 1997년 학교사회사업 전담교사제도를 시범 실시한 후 청소년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98년 학교사회사업 전담교사를 정식 채용했다.
이 학교가 서울시내 4개 고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상담실이 실직적인 도움을 주고 있나'를 조사한 결과 한가람고등학교는 50%의 학생이 그렇다고 한 반면 나머지 학교 학생들은 1.1%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가람고의 윤철수(尹哲洙) 사회사업 전담교사는 "형식적으로 상담실을 만들어 놓고 교실에서 마주치는 일반교사가 상담역할을 하는 방식으로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고민을 상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중재위원회'는 교장,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변호사, 청소년상담사, 경찰 등이 참여하는 상설 단체로 담임교사에게는 폭력을 인지했을 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화해절차는 이 기구를 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신순갑(申純甲) 사무국장은 "이 기구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하면 피해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할 것이고 교사도 덮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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