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와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의 대표는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이다. 20일의 외규장각 도서문제 공개토론회도 그가 주최했다.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면 많은 찬사를 받았겠지만, 애초부터 그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토론회에서도 그는 "나에게 주어진 권한은 양국 정상간에 합의된 '교류와 대여'의 토대 위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지, 합의 자체를 백지화하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토론 내용은 애초부터 협상과는 어긋나 있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비판의 주류는 '문화재 반환'이란 큰 차원에서 '협상' 이라는 논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1인 협상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문제가 여전히 한상진 대표에게 집중돼 있고,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할 정부는 빠져 있다. 외교통상부는 "아무 입장이 없다"고 한다. 도서반환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이태진 서울대 교수는 "7년 동안 외교부 담당자가 몇 차례나 바뀌었고, 후임자들이 잠깐씩 일을 맡다 보니 어떻게 일관성 있게 일이 추진됐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외교부에만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외교협상의 대상만이 아니라, 문화재 전반에 걸친 반환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문화관광부가 손을 떼고 있는 것도 이상하다.
1980년대초 가수 출신의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 문화부장관은 영국에 약탈 당한 '엘진 마블'을 돌려 받기 위해 거국적인 반환운동을 펼쳤다. 지금의 협상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외교부와 문화부가 나서 근본적인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송용창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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