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계열사 부실 회계감리로 12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된 산동회계법인이 '회계감사불능'을 선언, 자진 폐업의 길로 들어섰다.국내 회계업계 '빅3' 중 하나인 산동이 부실 회계감리로 인해 사실상 문을 닫게 됨에 따라 회계시장의 구조개편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하게 됐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산동회계법인은 지난 9월 이후 소속 공인회계사가 지속적으로 이탈,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23일 회계감사불능 보고를 해 왔다. 3월말 현재 191명이던 소속 공인회계사가 21일에는 140명으로 줄었고 특히 22일 하루에만 113명이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회계법인이 회계감사 불능을 보고하면 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2개월 이내에 다른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해야 하고 감사인을 재선임하지 못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게 된다. 산동회계법인이 2000사업년도에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모두 481개사에 이른다.
산동은 지난 9월15일 증권선물위원회로 12개월의 업무정지 권고조치를 받았고 현재 재경부의 최종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다. 부실 회계감리로 폐업에까지 이르게 된 회계법인은 기아자동차 감리를 맡았다가 작년 문을 닫은 청운회계법인에 이어 산동이 두번째.
산동을 떠난 회계사들은 다른 법인으로 옮기거나 새로 법인을 창립하는 등 '헤쳐 모여'를 거듭, 회계시장 빅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산동과 안진 등 대우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줄을 잇고 있어 회계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구조조정 태풍에 휩쓸리게 됐다.
이번 산동의 폐업을 계기로 부실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기피 등 기존의 회계관행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벌써부터 "경영진의 도덕성을 못믿으면 감사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회계법인들이 부실기업 감사를 떠맡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회계감사를 투명하게 해도 경영진이 담합할 경우 부실회계를 밝혀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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