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지켜본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역시 좋은 경기가 팬을 부른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가 3연승을 거두며 싱겁게 끝날 것 같은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대반격으로 7차전까지 가자 관중 없기로 유명한 수원구장에 암표상까지 등장했다.두산이 비록 우승을 못했지만 7차전의 TV중계시청율이 20%를 상회, 한국야구위원회(KBO)관계자들도 들뜨게 했다.
결국 좋은 상품(경기)이 팔기에도 좋다는 아주 일반적인 상식이 입증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강현민씨(고려대 대학원 체육학과)의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프로스포츠에서 경기요인이 관중을 유인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료가격을 내리고 경기제도를 바꾸고 구단이 환골탈태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재미없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될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프로야구나 축구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바로 경기의 수준이다. 이 대목은 구단이나 연맹체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각 팀 감독들 중 일부는 팬들의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국내 현실상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바로 사표를 내야 한다는 현실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프로축구가 최고인기인 유럽의 경우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팬들의 인기를 끄는 팀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경기내용이 좋기 때문이다.
좋은 경기를 위해서는 스타선수의 발굴과 육성이 첫째 선결 조건이다. 외국의 경우 미디어와 구단이 일심동체가 돼 매년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낸다. 그 스타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은 경기장을 찾는다. 또 스타만 있다고 모든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팀간 전력차가 크면 좋은 경기가 나올수 없다. 특히 팀수가 적은 국내프로스포츠의 경우 이문제는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특정팀의 전력이 너무 강해 다른 팀과 경기를 해보나 마나 결과가 뻔하다면 프로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성적지상주의에서 나온다.
특정 선수가 자기팀에 필요치 않은데도 스카우트전에 뛰어 들어 라이벌팀이 그 선수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팀에 쓰기에는 좀 모자라지만 라이벌팀에 가서 잘하는 꼴을 보기 싫다는 '소아병'적 발상이 결국 경기내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좋은 경기를 위해서는 각 팀의 공생적 노력이 절실하다. 아마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 선수스카우트에 대한 공정한 제도의 틀을 도입, 전력차로 인한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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