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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제와 여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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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제와 여왕들

입력
200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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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금융시장은 여전히 안정을 지속할 것이다. 2004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그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누구든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한 만큼 경제정책에서 그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오는 2004년까지 미국 경제를 이끌어 갈 그의 시대 하에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황제는 그 사람이다.."

■최근 미국 메릴린치사의 보고서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지 부국장의 저서에서 각각 이렇게 언급된 '그'는 다름아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위(중앙은행) 의장이다. 뉴스위크지까지 최근호에서 한 수 거들고 나섰다.

"그린스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제 우상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이 대선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가운데 그린스펀에 대한 찬사와 기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얼마 전에는 미 '월스트리트의 여왕'이 경제 상황에 대해 점잖게 한마디를 했다.

"경기는 식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괜찮은 모습이며 인플레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고어- 부시 갈등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나 주식 시장이 한창 우왕좌왕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월 가(街) 최고의 애널리스트 애비 코언의 이 짧은 코멘트에 휘청거리던 주식 시장은 대번에 힘을 얻어 다음날 주가가 회복됐다.

■요즘 미국 주가의 하락 국면은 선거 때문이 아니라 기업 실적 반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이번 미 대선은 정경(政經)분리의 당위와 실효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정치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방화벽은 권위 있는 '황제'와 '여왕'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린스펀이 그랬듯이 대통령과 싸우면서 까지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집에 가자"고 말할 수 있는 경제의 '중심'들이 우리 사회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송태권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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