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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금고 검사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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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금고 검사에 쏠린 눈

입력
200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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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신용금고 불법대출사건은 겉 모습만 보면 벤처 기업인의 사기행각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일부 언론은 27세 짜리 벤처 기업인의 겁 없는 '머니게임'이란 규정으로 범죄성을 오히려 희석시키고 있다.그러나 이 사건의 실체는 민ㆍ관 합작이나 다름없는 대형 금융비리다. 시대흐름에 맞춰 새로운 수법을 썼을 뿐, 감독당국과 정계의 유착ㆍ비호 의혹이 짙은 것 등이 모두 전형적이다. 공연한 말 장난으로 사건의 성격을 흐리려 해서는 안 된다.

사건을 민ㆍ관 합작, 나아가 권력형 금융비리로 볼 근거는 충분하다. 금융감독원은 외환위기 뒤 벤처 기업인과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들이 신용금고를 잇따라 인수, 사금고처럼 악용하는 것을 방관했다. 불법대출 등이 드러난 경우에도 허울뿐인 징계에 그쳐 추가범죄를 묵인ㆍ조장한 꼴이 됐다.

금감원은 뒤늦게 견제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동방금고 사건에 연루돼 자살한 장래찬 전 국장이 검사책임자였던 점은 당연히 유착비리를 의심케 한다. 다른 금감원 간부들의 연루의혹과 정계 로비설도 황당한 게 아니다.

문제의 진승현씨가 인수한 한스종금의 자기자본비율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평가해 주는 등, 사기극 무대를 넓히는 것을 도운 의혹마저 있다. 몇 달 전 불거진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이런 의혹을 부채질한다.

이런 판국에 금감원이 벤처 기업인이 대주주인 신용금고를 일제검사 한다고 나선 것도 흔한 면피성이 아닌지 모르겠다. 예금인출사태나 벤처업계의 피해를 우려하는 것도, 본말을 뒤집고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는 행태로 보인다.

그나마 기대해야 할 검찰 수사도 미덥지 않긴 마찬가지다. 대형비리사건 때마다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지만, 이번에도 중요인물이 해외로 달아나고 진씨는 석달 째 수배령을 비웃으며 돌아 다니고 있다. 도대체 국민은 누굴 믿어야 할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신용금고에 피 같은 돈을 맡긴 영세업자와 서민들이 애꿎게 피해를 당하는 이런 사건들이 정부에 대한 총체적 신뢰를 손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와 검찰은 이번에야 말로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기강을 상실한 금융감독 체계를 혁파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기업인수합병(M&A) 등의 금융경제와 벤처기업을 무작정 경제의 앞날을 개척할 미래의 신화로 미리 떠받드는 풍조를 버려야 한다. 한갓 사기꾼들을 우상(偶像)으로 키우는 사회 자체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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