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이 넘는 돈을 상호신용금고로부터 불법대출받은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27ㆍ수배)씨의 금융비리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금고 관리ㆍ감독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검찰은 이번 사건이 내용이나 형식상으로 한국디지탈라인 대표 정현준(32ㆍ구속)씨의 동방ㆍ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맞물려있다고 보고 벤처사업가와 금융감독원간의 유착고리 규명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무엇보다 금감원이 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이뤄진 진씨의 불법대출 행위 가운데 단 한번만이라도 적시에 형사고발이나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 대형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대주주 처벌 왜 안했나
열린금고의 대주주(76.9%)인 진씨는 금고인수 후 지난해 8~9월 338억원, 지난해 9월~올3월 300억원, 올 4~11월 377억원 등 세차례에 걸쳐 출자자로서 불법대출을 일삼았지만 한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상호신용금고법에 따르면 금고지분의 2%이상을 가진 출자자가 대출을 받은 경우, 6월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1차 불법대출을 적발하고선 대표이사 정직 및 전ㆍ현직 임직원 4명을 문책했고 2차때는 대표이사와 감사를 면직시키는 등 임원 7명을 문책하고 금고에 대해 기관문책경고조치를 하는데 그쳤다.
즉, 행정처분만 내리고 형사고발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않았던 것. 불법대출의 주역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하수인들만 처벌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24일 검찰의 수사착수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부랴부랴 진씨 등을 금고법과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 경영지도나 영업정지조치 왜 안했나
금감원은 출자자 대출사실을 적발하면 당사자에 대한 제재와 함께 금고 고객을 보호하기위해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할 수 있다. 금융계인사들은 열린금고처럼 두차례나 같은 건으로 적발된 금고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실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영업정지 처분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고의 제재를 담당하는 심의제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불법대출금을 전액 상환하면 영업정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내규를 들어 해명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검사결과 출자자 대출이 드러났을 경우, 금고 임직원에 대한 행정처분과 함께 금고에 대해서도 경영지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열린금고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 대출금 상환 지연에 로비없었나
금감원이 적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진씨의 불법대출금 상환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금감원은 금고 검사에서 불법사실을 적발할 경우 통상 검사종료후 15~20일 만에 심의제재위원회를 열어 재제수위를 결정한다.
이 사실을 알고있던 진씨는 1차 불법대출이 적발되자 즉시 대출금을 상환했으나 2차 불법대출이 적발됐을 때는 검사종료후 38일만에 대출금을 갚았다. 그 과정에서 심의제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이 부분에서 진씨가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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