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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공보담당 고문 황의순씨 "터줏대감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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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공보담당 고문 황의순씨 "터줏대감 물러갑니다"

입력
200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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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12월 주한 미국 대사관에 발을 들여놓았으니까 이 달로 한달 모자란 만 44년이다. 29일 정년 퇴임하는 미 대사관 공보담당 고문 황의순(黃義淳ㆍ65)씨. 충북 옥천 출신으로, 한국전쟁 중 고등학교(용산고)를 쉬고 경기 파주의 미 해병사단 민사처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영어를 배운 것이 계기가 돼 대사관 공채에 응시했던 그는 줄곧 공보파트에만 몸담아온 대사관의 산 역사이자 대사관 근무 한국인들의 대부이다.44년 근속은 주한 미 대사관은 물론 전세계 미국 공관을 통털어도 황씨가 유일하다. 29일 미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보스워스 대사가 참석하는 황씨의 퇴임 리셉션을 열어주는 것도 이 때문. "대학입학을 미룬데다 심폐기능이 좋지 않아 병역을 면제받은 탓에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지요."

황씨는 주로 홍보영상 제작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극장에서 영화상영전 방영됐던 대한뉴스의 전신인 리버티 뉴스(Liberty News)와 홍보영화를 20년 가까이 제작하면서 초창기의 김기영(金綺泳) 이형표(李亨杓)감독, 배우 김동원(金東園) 김희갑(金喜甲)씨 등과 함께 일했다.

그래서 1960년대엔 미 대사관 공보원이 한국영화 감독 훈련소로 불리기도 했다. 또 70년대까지 미국쪽 채널이 별로 없던 국내 방송ㆍ영화인들의 현지 촬영을 위한 섭외를 전담해 중견 연예인들 중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80년대 군사독재시절 대사관을 드나들며 외신자료를 구하던 당시 야권 인사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한화갑(韓和甲)민주당 최고위원,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 등 현 집권층과도 교분이 두텁다.

"이런 직업은 성취감은 떨어지지만 시간여유를 즐기며 안정된 생활을 하기에는 제격이지요.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몸에 밴 문화적 차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한국사람들끼리 사는 게 좋은 겁니다."

존 린튼 유진벨 재단이사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재단고문에 위촉돼 퇴임후 결핵환자 지원 등 대북 구호사업에 전념할 계획인 황씨는 3월 부인과 사별을 했다. 그는 "너무나 가슴아픈 일을 당했고 말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뜻깊은 봉사의 기회가 찾아온 올해를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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