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그 동안 구내 안가(安家)에서 철통 경비로 보호해 왔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서기와 동반 탈북한 김덕홍씨에 대한 경호 방식을 일반관리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앞으로 황씨 일행에 대한 경호업무는 주로 경찰이 담당하게 되며 국정원은 사실상 손을 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씨와 김씨는 22일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일반관리 체제로의 전환과 안가에서 퇴거를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황씨는 그 동안 맡아왔던 국정원 산하 통일정책 연구소 이사장 직에서, 또 김씨는 고문직에서 각각 해임됐음을 통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황씨 일행은 국정원측의 갑작스런 경호방식 변경과 퇴거요청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하고 국정원의 계속적인 보호를 희망했다.
황씨 일행에 대한 경호 방식이 갑자기 바뀌게 된 사유와 돌연한 해임 까닭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과연 이렇게 바뀐 경호 방식으로 황씨 일행을 예상되는 북한의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황씨는 북한 최고위급 망명자라는 특수 신분이다. 그의 안전을 위해 정부는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지적해둔다.
만약 국정원이 취한 조치가 최근 황씨 측의 소위(所爲)와 무관치 않다면 이야 말로 속 좁은 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중추기관이 피보호자의 행위가 못마땅하다고 보호막을 걷어 버린다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한영씨 피살극에서 본 바와 같이 황씨 일행은 지금 북한의 테러위협에 직면해 있다.
국정원은 감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황씨 등의 경호문제는 종전대로 계속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황씨도 자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통일에 대한 개인의 신념이 확고하다고 해도 국가정책을 초월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더구나 그는 망명객이다.
정부가 북한정권의 실체를 인정하고 화해ㆍ협력을 추진하는 터에 '수령독재는 무너뜨려야 한다'고 맞서려 해서는 안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냉전적 사고로는 결코 남북문제를 풀 수가 없다. 반세기 동안이나 얼어붙은 불신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상호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
이 긴 여정에 황씨 일행이 행여 냉전세력 등에 이용당해 장애물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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