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가 22일 수작업 재검표를 전격 중단함으로써 갈 길 바쁜 민주당의 발목을 움켜잡았다.설상가상으로 플로리다주 지방법원도 이날 마이애미-데이드의 수작업 재검표 속개를 요청한 민주당의 소송을 기각했으며 민주당은 즉각 주 대법원에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1명과 무소속 2명 등 3명으로 이뤄진 마이애미-데이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주 대법원이 26일 오후 5시로 정한 수작업 재검표 마감시한을 지킨다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하고 원래의 기계식 개표결과를 인정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이애미-데이드는 당초 이날 오전까지도 딤플표를 포함, 기계식 개표과정에서 무효처리된 1만750표에 대해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속행과 함께 마감시한을 규정한 판결이 나온 뒤 수시간만에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작업 재검표 중단을 선언했다.
마이애미-데이드는 문제의 3개 카운티 중 가장 많은 70만 표를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의 기대가 가장 큰 곳이었다. 21일까지 진행된 614개 선거구 중 135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결과에서도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157표를 추가로 획득했다. 그러나 수작업 재검표 중단 결정에 따라 이 추가득표는 최종집계에 포함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다른 두 카운티들에서 현재까지 진행된 수작업 재검표에서도 고어 후보는 예상보다 적은 139표(팜 비치 카운티 2표, 브로워드 카운티 137표)만을 얻고 있어 마이애미- 데이드의 수작업 재검표 중단이 민주당으로선 커다란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수작업 재검표를 끝낸 브로워드는 추수감사절인 23일 딤플표 등 무효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할 예정이며, 531개 선거구중 420개의 재검표를 마친 팜 비치는 24일 딤플표 판정기준을 위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두 카운티는 모두 주 대법원의 마감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가 오는 선거인단 등록일인 12월 12일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플로리다 주 의회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름할 25명의 선거인단을 선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연방헌법에 따르면 각 주는 선거인단의 최종투표일인 12월 18일로부터 6일전까지 선거인단을 확정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민주ㆍ공화 양당의 법정공방이 지속돼 12월 12일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뽑을 수도 있다는 것이 선거법 전문학자들의 견해다.
이른바 '12ㆍ12 사태'로 불릴 이 같은 최악의 사태는 플로리다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측에서 민주당측을 압박하기위한 수단으로 먼저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가능성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21일 플로리다 대법원이 수검표결과 인증판결을 내린 후 최초로 제기했다.
또 마이크 파사노 플로리다주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22일 "만약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의 장난으로 사태가 악화한다면 주 의회를 장악한 우리가 대신 고어의 대선가도를 막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톰 피니 하원의장(공화당)도 "만약의 경우 우리는 선거인단을 선임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런데 공화당의 주장처럼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긴 하지만 여기에도 약간 복잡한 문제가 깔려있다. 미국 역사상 단 한번도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임한 전례가 없어 선임절차와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측은 임시의회를 소집해 12월 18일 이전까지 법률을 확정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에 대해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공화당측은 젭 부시 주지사가 임시의회를 설립해서 법률을 처리할 수도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구성된 플로리다 주 의회의 경우 상원은 25대 15, 하원은 77대 43으로 공화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 순회법원의 호르헤 라바르하 판사가 22일 투표용지에 천공이 안되고 자국만 난 딤플(dimple)표를 수작업 재검표에 포함시키라고 판결함에 따라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얼마나 많은 표를 더 얻어 대역전 드라마를 펼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바르하 판사의 판결은 딤플표에 대한 23일 브로워드 카운티 선거관리 위원회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일단 고어 후보측이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선 것으로 보인다. 고어 후보측은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되고 있으나 22일 현재 단 2표만을 더해준 팜 비치에서 딤플표가 재검표 될 경우 상당한 표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팜 비치에서는 총 1만여 표가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추후 검토를 위해 분류된 724표의 딤플표 중 499표가 고어표, 225표가 부시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 후보측의 계산대로라면 고어 후보는 딤플표를 포함해 팜 비치 300여표, 브로워드 400여표, 마이애미-데이드 500여표 등 총 1,200 여 표를 추가로 획득, 해외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930표 차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고어 후보측의 기대와 달리 딤플표를 재검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고어 후보측에 생각만큼 표를 더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고어 후보측이 가장 많은 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 마이애미-데이드의 선관위가 이날 수작업 재검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데다 라바르하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선관위가 유권자의 투표의지를 검토한 후 불명확하고 의심스런 표를 무효로 판명할 수 있다고 덧붙여 선관위에 재량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팜 비치의 찰스 버튼 선관위원장은 라바르하 판사의 판결이 나온 후 "이번 판결이 딤플표 재검표에 대한 선관위의 접근방식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고어 후보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버튼 위원장은 또 이번 판결 내용이 지금까지 선관위가 작업해온 과정과 같으며 선관위가 추가적으로 더 이상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측이 라바르하 판사의 판결을 환영한 것도 딤플표에 대한 이번 판결이 팜 비치 선관위의 딤플표에 대한 입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부시 후보측의 마크 왈라스 변호사는 "우리는 라바르하 판사의 판결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 수작업 재검표 과정 자체는 유쾌하지 않지만 선관위가 정확한 기준을 적용해왔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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