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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고교 비평준화지역 평준화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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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고교 비평준화지역 평준화 도입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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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분당 일산 부천 등 수도권 일부 도시의 평준화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있다.유독 이들 지역의 평준화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곳의 고교들이 최근 수년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입시명문고로 부상하면서 입학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중학생들이 극심한 고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 따라서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입시 중압감과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드시 평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고교 평준화는 결국 지역 학력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찬성

이흥기

부천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

부천의 경우 비평준화 제도는 중학 졸업자가 고교 입학정원보다 많아 고등학교에서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묵인해 온 제도였다.

어떤 형식으로든 합격 기준을 정해 인원을 조절해야 했고 그 결과 상급 학교에 진학해 더 배우겠다는 학생들을 제도적으로 막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부천도 중학 졸업생과 고교 정원의 수가 거의 비슷해진 만큼 평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평준화가 되면 우선 학생들이 집 근처 고교로 진학,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학생들은 가까운 학교를 두고 멀리 다니느라 시간 낭비가 많았고 경제적 손실도 컸다. 유해 요소에 접근할 기회가 늘면서 청소년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 평준화가 되면 학교 서열이 없어지고 부모, 교사, 학생들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은 공부 잘하면 어느 학교, 공부 못하면 어느 학교로 정해져 학생들 교복에 서열이 매겨져 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학교 이름에 따라 청소년의 인격도 이류, 삼류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한 학생은 실수로 인정해 주고, 다른 학생은 원래 그런 아이로 취급된다. 물론 성적 좋은 아이들이 모인 학교라 해서 다 자긍심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 학교에서도 뒤쳐진 학생들은 '학교에서 성적으로 차별 대우한다'는 자격지심에 사로 잡혀 있다.

셋째,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입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은 학교간 친목 행사도 드물고 선의의 경쟁도 없다.

대학 입시도 지나친데 고교 입시라는 부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의 취미와 특기를 살려주지 못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국영수 중심의 입시 과목에 매달리며 산다.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고교 진학 기준이 내신성적이므로 자신의 관심이나 소질, 적성과 무관하게 중학교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사가 학생에게 내주는 수행평가를 부모가 대신하는 것은 예사고 내신성적때문에 예체능 학원까지 다녀야 한다. 심지어 수행평가를 전문적으로 대신해주는 학원마저 생겨났다.

넷째, 교사들은 21세기에 대비, 학생들과 어우러지는 신바람나는 수업을 꿈꿀 수 없으며 상급학교 진학 지도가 학교 교육의 최대 목표가 됐다. 결국 비평준화제도는 경쟁과 결과를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모두 승리하는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학교는 예비 사회로서 학생들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을 서로 보완하는 법을 익히는 곳이어야 한다. 진정한 명문이란 아이들이 지닌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학교이지, 혹독하게 경쟁을 시켜 가능성을 죽이는 곳은 아니다.

그러므로 어른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사는 길로 가도록 도와야한다. 지금이라도 비평준화를 해제해야 학생과 사회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

강인수

수원대 교육대학원장

수도권 고교입학제도의 평준화 실시 여부를 두고 극심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평준화 이후 중학 교육의 정상화, 고교의 학생런냄扁시설의 평준화 등 교육의 접근기회가 평등해졌다고들 하지만 이는 교육의 효율성과 수월성이 희생된 결과이다.

하지만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본질과 사회정의의 이념에 어긋난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늘어난 고교진학 희망자들이 지나친 경쟁을 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채택됐다.

직접적으로는 1969년 중학 무시험진학제도 이후 중학 졸업자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극심을 경쟁을 했던 것.

하지만 평준화정책이 30여년간 시행되면서 예상했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났고, 사회상황 변화에 따른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이 추가로 대두됐다.

평준화 정책이 전제로 삼은 지역간, 학교간 교육 여건이 평준화하지 않았고 추첨에 의해 학교에 강제배정됨으로써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교육은 각자에게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다양화를 이룰 수 있다. 평준화는 이러한 교육의 개별화와 다양화를 포기하고 획일을 강요했다.

이로 인해 이질집단이 섞여있는 학급에서 자기에게 맞는 학습을 받을 수 없고 교사도 학습지도가 곤란하며 교육의 질이 하향평준화, 학력이 저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학교에서 자기에게 맞는 학습을 못하니 학교에는 형식적으로 출석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과외로 하게 된다.

학교교육은 껍데기만 남고, 사교육비만 엄청 드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평준화는 또 획일화를 강요하고 나보다 낫거나 못한 것은 수용하기를 거부하는 풍토를 만연시켰으며 차이와 다양성을 거부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낳았다.

현재 고교 진학률은 99.5%나 돼 중등교육이 보편화했고 치열한 입학경쟁이나 재수생 문제도 예전처럼 많지않다. 평준화의 직접적 배경이 됐던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지 않는 온갖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평준화제도를 수정없이 그대로 갖고있는 것이 과연 이로운 가를 냉정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쟁이 없다고 해서 꼭 좋은 교육은 아니다. 성장 과정의 중간에 단련과 훈련이 있어야 힘의 마디가 생기고 튼튼하게 자란다.

평준화의 골격을 유지하더라도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고교입학제도를 보다 융통성있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은 좀더 나은 성적을 얻을 수 있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더 나은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당장 혁신적인 제도의 변경이 어렵다면, 혼란의 최소화를 위해 평준화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융통성있게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고교 평준화지역은 모두 17곳. 서울과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와 수원 성남(분당구 제외) 청주 전주 군산 익산 창원 마산 진주 제주 등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평준화 지역으로 학교별 시험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전국적으로 비평준화 지역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신도시에서 평준화 논란이 이는 것은 이들 지역 학부모와 시민단체의 평준화 요구가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분당 일산 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의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부터 경기도 교육청을 방문, 평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수도권 도시의 비평준화로 중학생들이 엄청난 입시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평준화를 요구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에 따라 올 1월 교육개발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는데 이달말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 말까지 평준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평준화, 비평준화를 결정하는 열쇠는 관할 교육청이 쥐고있다. 교육청이 주민 여론 등을 근거로 교육부 장관에게 평준화 실시 또는 해제를 요청해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1974년 서울과 부산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작된 뒤 계속 대상 지역이 확대됐지만 80년대 말 학교의 학생선발권,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존중해야 하고 지방자치제의 정신에 따라 교육에서도 중앙 통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

이에 따라 1990년에는 안동 군산 목포가 평준화를 해제했고 91년에는 춘천 원주 익산(당시 이리)이, 95년에는 천안이 평준화를 해제했다. 이중 군산과 익산은 2000학년도부터 다시 평준화지역에 합류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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