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겨울동화'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작품들이 속속 비디오로 출시되고 있다. '버팔로 66' '아트 오브 다잉' '프로즌' '어플릭션' '옥시즌' '키스드' '레아' 는 지난 해 출품작들로 널리 알려지지 못한 작은 영화들이지만, 개성 강한 수작들이다.
이 중 독일과 체코의 합작품인 1997년 작 '레아(Lea)' (18세, 맥스비전)는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사랑영화이다. 상처를 지닌 남녀의 힘겨운 이해와 짧은 행복, 오랜 이별을 고독이 절로 묻어날 것만 같은 스산한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1977년 슬로바키아 동쪽 작은 마을. 아들을 바랬던 아버지의 폭력에 희생된 어머니로 인해 말을 잃은 어린 레아는 어머니에게로 향한 마음을 시로 써 동굴 속 어머니 사진 앞에 쌓아놓는다.
아름답게 성장한 레아 (렌다 블라사코바)를 본 독일인 가구 수리공 허버트 (크리스티안 레들) 는 레아의 양부에게 5만 마르크를 주고 레아와 억지결혼을 한다.
황폐한 성에서 살게 된 레아는 시 쓰기를 계속하고, 연인에게 편지 쓰는 것으로 오해했던 허버트는 어머니에게로 향한 레아의 마음을 알게 되자, 신혼 여행길에 잃은 아내에 관해 털어놓는다.
1993년 가을 함부르크의 병원에서 24세로 생을 마친 레아 가우트. 그가 사망한 후 슬로바키아의 외딴 마을 동굴에서 발견된 874편의 시와 916통의 편지는 체코 출신의 다큐멘타리 감독 이반 필라의 마음을 움직여 데뷔작 '레아'로 완성됐다.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극적이며, 슬프고, 아름다운 레아의 짧은 생은 사랑의 참 의미와 시의 역할을 생각케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그가 원하는 것을 계속하도록 해주는 것이며, 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 시 (예술)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상적으로 흐를 요소가 많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회색 겨울 풍경처럼 가라앉은 미스터리풍 연출 덕분에 조금씩, 그러나 오래 슬픔이 배어나오는 영화가 됐다.
■감상 포인트- 마음을 담은 편지와 우편 배달부와 나만의 동굴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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