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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고남진·이재연 부부 주말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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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 고남진·이재연 부부 주말 자원봉사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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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집 찾아 빨래 10년째 일끝나면 마음은 다음 주말에...온 세상이 달콤한 휴식에서 막 깨어난 지난 19일(일) 오전10시. 백화점들은 늦잠에서 빠져 나온 고객들을 맞기 위해 준비에 분주하고, 시내 도로는 나들이차량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극장가와 강남의 고급쇼핑센터에도 인파가 몰려든다.

그 시각, 서울 강남구 세곡동사거리에서 서울방향으로 100m 지점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에 위치한 '참빛의 집'. 장애인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 곳에서 젊은 부부가 산더미처럼 쌓인 옷가지와 이불을 앞에 놓고 빨래를 시작한다.

남편은 커다란 가마솥에 빨래물을 데우고 부인은 대형 물통에 물을 채우며 때에 절은 이불을 차곡차곡 넣고 있다.

일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는 고남진(31) 이재연(29)씨 부부의 자원봉사시간. 고씨부부는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경기 안산시 사동 집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이곳으로 달려와 장애인들의 손과 발로 변신한다.

"한살배기 아들 준호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길 때는 가슴이 아프지만 이 곳에 와 보면 놀고 즐기기가 웬지 죄스러워 습관처럼 찾아오곤 하지요" 부인 이씨는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빨래감을 비비며 웃었다.

얼마후 남편 고씨가 장애인 60여명의 밀린 속옷과 수건을 푹 삶자 '참우리 봉사단'의 동료 5명이 빨래터에 도착해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부인 이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감기기운도 잊은 채 배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식사준비를 돕고 설거지를 하느라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인근의 참빛장애인교회가 운영하는 참빛의 집(02-459-2911) 50여평 크기의 비닐하우스는 장애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뇌성마비 정신박약 다운증후군 정신지체 등 8세~50대 장애인 60여명과 원장,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참빛의 집은 고씨부부의 사랑이 싹튼 곳이어서 이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남편 고씨는 1990년 부터 이곳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평소 생각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이웃집 언니 손에 이끌려 자원봉사 온 이씨를 만나 98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씨는 "동료 자원봉사회원들에게 소문날까 봐 몰래데이트를 했지만 나중에 보니 다들 알고 있었다"며 쑥스러워했다.

남편 고씨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꽃집에서 일하는 피곤한 직장인이다. 부인 이씨도 집 근처에서 책대여점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지만 장애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절로 솟는다고 했다.

고씨 부부에게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난방과 김장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데 교회도 돈이 없는 것 같아요. 비닐하우스 시설이 워낙 열악해 양평쪽으로 옮겨 집을 지으려 하지만 그곳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어 큰 일이예요."

비닐하우스 청소와 빨래 뒷정리를 마친 시각은 오후6시. 고씨 부부는 어깨가 뻐근하고 허리가 아파왔지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좌석버스를 타고 안산으로 떠났다. 맘껏 쉬고 놀고 싶은 일요일을 장애인들에게 반납한 부부. 고씨 부부의 마음은 벌써 다음 일요일 참빛의 집에 가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불황 겹친 겨울 온정의 손길 '뚝'

각종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는 불우이웃들은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따듯한 손길이 그 이상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2동 '혜명양로원'은 일반시민후원자들의 성금(1,000원 이상)을 받아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지난 5~6월 하루에 10여건씩 답지하던 후원금이 7월부터 뜸해지다 9월부터 급격히 감소해 현재는 거의 끊긴 상태. 진 관(62) 사무장은 "아침 저녁 난방을 두번 넣지만 어르신들이 춥다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며 "곧 김장을 해야 하지만 후원금이 턱없이 모자라 막막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3동의 '천사양로원'에도 매일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129명의 노인들 수발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발길이 뜸해져 일손이 달리는 데다 독지가들의 후원금도 IMF때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연말 집중모금기간(12월1일~내년 1월31일)의 불우이웃성금 목표액을 427억원으로 잡았다. 작년의 340억원에 25% 늘렸지만 최근의 부실기업 정리와 경기위축 등으로 모금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복지지원과 한상진(50) 서기관은 "과거에 적극적으로 성금에 앞장섰던 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흔들리고 퇴출돼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의 손길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불우이웃돕기 成금모금은 98년 11월 창립한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성수)가 통합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말까지 총 510억원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모였고 올해에는 610억원이 목표액. 그러나 목표달성여부는 불투명하다. IMF때보다 오히려 모금실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금회의 전흥윤(42)기획팀장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복지수요는 증가할텐 데 이럴때일수록 따듯한 사회분위기가 조성돼 목표액을 달성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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