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80) 전 유엔 사무총장이 22일 페루의 발렌틴 파냐과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과도 정부를 이끌 임시총리에 임명됐다.케야르는 내년 4월 대선을 관장한 뒤 이 선거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7월28일까지 총리 직을 수행하게 된다.
1995년 대선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프랑스 파리에 거주해온 그는 임시총리로 임명된 데 대해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뒤 23일 아침 급히 귀국 길에 올랐다. 그는 "총리 임명을 명예롭게 생각하지만 내가 해야 할 책무가 막중함을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모든 페루 국민처럼 그도 귀국할 권리를 갖고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수 년간 가장 뛰어난 페루인으로 국민적 신임을 받아온 그는 수도 리마의 중상류층 가정 출신으로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직업 생활의 대부분은 영국, 볼리비아, 폴란드, 구 소련, 스위스 및 베네수엘라 등에서 외교관으로 봉직했다.
1973~1974년 유엔안보리 의장을 역임했으며 1975~1977년 키프로스 주재 유엔 상임대표로 활약했으며, 이후 1982~1991년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이란-이라크 전쟁, 엘살바도르 내전 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198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국제무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유네스코 세계개발 위원장을 지내고 남미 국가간 대화 모임을 이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1968년 페르난도 벨라운데 전 대통령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군부지도자 후안 벨라스코 알바라도의 대통령 임명 결의안을 낭독, 비난을 받은 전력도 있다.
초혼에서 얻은 아들과 딸, 손자 6명을 두고 있으며 두 번째 부인 마르셀라 템플과의 사이에는 자녀가 없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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