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 콘스탄틴 모출스키 지음 / 책세상 발행인간 영혼에 내재된 선악의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사이버 문명의 21세기, 영혼은 방치된 채 웃자라고 있다. 이 책은 관념적 사실주의로 20세기 실존주의에로의 길을 튼 19세기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망, 오늘에 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죄와 벌' '악령' '백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 4대 소설을 중심으로 그의 파란많은 생(1821~1881)을 두 권에 나눠 서술한다.
작품론과 평전을 적절히 배치한 균형의 미덕이 돋보인다. 역사학자 E. H. 카가 그의 사상에 초점을 맞춘 명저 '도스토예프스키'에 필적하는 저작이다. 러시아 태생 문학비평가 콘스탄틴 모출스키가 썼다.
공산주의의 예언자(러시아), 탁월한 종교사상가(독일), 실존주의자(프랑스), 내용과 형식이 일치한 언어예술가(미국) 등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해석돼 온 거장의 참모습을 복원해 낸다. 그의 삶, 시대 배경 등을 새로이 발굴된 작가노트 등의 구체적 자료와 함께 되살려낸다.
4대작 외에 '가난한 사람들'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 생활의 수기' '도박사' 등 일반에게 널리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에 대해서도 상술, 도스토예프스키의 파멸과 구원의 궤적을 추적해 간다.
1849년 짜르에 대한 반란 책동 혐의로 치러야 했던 수감 생활이 그의 영혼에 남긴 흔적은 고난의 시대, 정의와 양심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엇보다 계시의 작가였다. 그의 전 생애, 전 작품을 관류한 것은 신을 통한 운명과의 화해였다. 문학이란 형식을 자신의 현실적 과제이자 비극적 운명으로서 이해한 그는 신의 세계 안에서만 자신의 수수께끼를 해결했고, 몸소 체험했던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참회라는 형식에 평생 매료됐던 그에게 문학이란 하나의 웅장한 고해성사였고, 마침내는 보편적 정신의 완전한 계시에 이르는 길이었다.
김현택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의 유려한 번역문장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작품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김교수는 "위대한 회의적 유신론자의 사상적 궤적은 물론 탁월한 예술적 깊이까지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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