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회사 연수차 프랑스 파리에 갔던 C은행 직원 S(30)씨는 틈을 내 '샹젤리제' 거리에 나갔다 우르르 몰려드는 우리나라 보따리상들의 성화에 질겁을 했다. "돈을 줄 테니 루이뷔통 핸드백을 대신 사달라."이 거리는 물론 파리 시내 곳곳의 루이뷔통 매장 앞 어디나 이런 식의 '흥정'으로 시끌벅적하고, 매장 안은 부탁받은 물품을 사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장사진이다.
9월 배낭여행을 다녀온 K대 대학생 K(26), L(26)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이들은 "많게는 100달러 이상까지 수수료를 준다는 말에 응했지만 여권과 수표 사인이 달라 물건을 사지 못했다"면서 "행인들은 물론, 매장 직원들까지 한국인을 비웃는 것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루이뷔통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한 고객이 일정기간 자사상품을 재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구매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보따리상들이 짜낸 '편법'이 여행객에게 상품가의 3~5% 정도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대리 구매하는 방법.
어떻게든 사갖고만 돌아가면 몇 갑절씩 값을 부풀려도 외제명품에 사족을 못쓰는 소비자는 얼마든지 널려있기 때문이다.
H여행사 유럽담당 직원은 "요즘은 일본인 장사꾼이 고용한 재중동포들까지 설치며 한국인 여행객들을 유혹한다"면서 "이런 망신은 무분별한 외제 선호풍조가 자초한 것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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