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3일 '아세안+3' 정상회의 출국인사말에 몇 문장을 추가했다.추가된 문장은 "국민들의 걱정이 많은 이 때에 출발하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국회 파행으로 시급한 국정 현안들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어 더 더욱 마음이 무겁다"는 내용.
"여야가 협력해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바란다"는 당부와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 일본의 정상들과 만나 더 많은 수출과 투자, 자원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다"는 다짐도 추가됐다.
고도원(高道源) 연설담당 비서관 등이 작성, 22일 배포된 초안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의 의미,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의 예상 성과들만이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2차 구조조정, 추가 실업, 주가 하락 등 어려운 국내상황에서 외국 방문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 인사말을 직접 손질했다.
이번 방문이 국내 경제에 도움되며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는 점을 국민에 설명하고자 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3일~16일), '아세안+3' 정상회의(11월23일~29일), 노벨상 수상을 위한 노르웨이 방문(12월초) 등을 들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 너무 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다른 국가 정상들도 APEC, '아세안+3'에 앞서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ㆍ10월20일~21일)까지 참석했다.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 특별히 많은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청와대는 특히 "1997년의 IMF도 외교적 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면서 "정상외교는 미래의 이득을 담보하기 때문에 현 상황으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한 외교당국자는 "모든 정상들이 오는 데 우리만 빠진다면 그 자체가 국가 신인도 하락을 초래 할수있다"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DJ 출국인사 반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출국인사에서 국회 파행을 언급한 데 대해 여야의 시각차는 현격했다.
민주당은 이를 "결과적인 국회파행에 대한 포괄적 유감표명"이라고 해석하면서 한나라당이 이를 계기로 국회 정상화에 응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이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대통령이 '유감스러운 국회파행으로 . (중략) . 마음이 무겁다'는 표현을 굳이 쓴 것은 한나라당에 명분을 주기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정 총무는 이어 "대통령의 언급이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사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제부터는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며 야당에 협상을 촉구했다.
정균환 총무는 이날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와의 전화접촉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 설득에 나섰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의 논평은 오히려 반대의 톤이다.
권 대변인은 "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로서 출국전에 책임 있는 대안제시를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말한 뒤 "'여야가 협력해서 국회를 정상화시키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제3자적 위치에 있는 초월자냐"고 반문했다.
권 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무책임한 자세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의 반응은 대통령의 언급이 막힌 정국의 돌파구 마련에 당장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나 여당의 정국 수습을 위한 노력이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는 확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민주당 당 차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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