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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다양한 입장차 충분히 보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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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다양한 입장차 충분히 보도를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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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때문에 신문이 매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4일 아침에 일어나 '플로리다 재검표 중단위기'란 기사를 읽었다. 그 때 CNN은 "주 국무장관의 재검표 중단지시가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보도했다.16일자 "플로리다 국무 手검표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라는 한국일보 기사를 읽고 있을 때 CNN은 "손으로 재검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18일자 "법원 수검표 반영 안해도 된다"는 1면 기사를 읽고 있을 때, CNN은 이러한 결정이 "주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한국과 미국의 시간차이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신문은 이제 더 이상 방송 저널리즘의 속보성과 겨룰 수 없다는 현실을 일러준다. 더구나 방송과 달리 신문은 오보의 흔적이 오래 남는다.

지금 한국 독자들이 신문에서 읽고 싶은 것은 미국 선거에 대한 좀더 통찰력있는 해설기사이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주도면밀한 대응이다.

그런 점에서 20일자 '당신은 미국을 몰라'란 '지평선'칼럼은 미국의 진면목을 일러준 좋은 기사였다. 반면 '美 대선 사상 첫 재검표'란 9일자 톱제목은 미국에서 50회 이상 대선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단정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대부분 신문들이 미 대선의 개표과정을 미국시스템의 붕괴로 보고 있는데 언론학자로서 여기서 미국의 강점을 본다. 플로리다 상황은 주민들 입장에서는 폭동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혼미상태이다.

그런데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언론이 양측의 입장을 상세히, 신속히, 충분히 밝혀줌으로써 언론을 통한 사회조정과 통합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언론에 필요한 것도 이런 기능이라고 본다. 심층취재를 통해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공론화가 되어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의료폐업과 관련해서 우리 언론이 부족했던 것도 바란 이런 기능이다. 또 대우자동차 구조조정에서도 경영진과 금융권, 정부의 입장은 드러나도 노동자들의 입장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갖는 심적인 부담이 결국 파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21일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인 것도 평소에 언론이 농민의 입장을 좀더 상세히 보도해주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3년전 세계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를 100점으로 놓았을 때 한국일보는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대학원생을 통해 서울 시민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시 평균이 67점이었다.

취재방식을 개선해 정성껏 신문을 만든다면 우리도 멀지 않은 장래에 뉴욕타임스와 같은 일류신문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이때 조사에서 전문가보다는 독자가, 젊은이보다는 사회 경험이 풍부한 어른일수록 한국일보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한국일보는 젊은 독자들을 잡기 위해 최근 '캠퍼스'란 지면을 신설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세계인재 꿈꾸는 패기' '신도시 첨단캠퍼스 큰걸음' '교수 1인당 연구비 전국 3위, 21세기 대도약 시작됐어요' '장학금 수혜자 전체 학생의 3분의 1' 등 각 대학의 장점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자칫하면 권위지로서 품위를 잃게 하고 대학의 신뢰도마저 떨어뜨릴 소지가 높다. 이런 기사는 학교의 이슈와 화제거리, 건전한 사회비판을 다루는 것으로 심화시키지 않으면 광고지면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국일보의 품격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스트레이트 뉴스에 대한 수준 높은 해설기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분야에 정통한 전문기자를 보다 많이 양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기자의 실력이 그 나라의 국력이다.

심재철ㆍ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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