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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문화대토회 / '아우르는 문화'가 21세기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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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문화대토회 / '아우르는 문화'가 21세기의 대안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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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기조연설토론 참가자들은 동아시아 문화가 분석적 서양문화와 달리 종합과 조화에 기초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동아시아의 이러한 문화적 특징은 한ㆍ중ㆍ일 3국 문화의 공통분모로서 역내 이해증진과 동시에 세계문화의 고양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동아시아 문화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참가자들은 국가별로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기조연설

▲지명관

한ㆍ중ㆍ일 3국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각도에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3국은 근대화론과 경쟁적 관점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앞으로 3국은 아시아 공동발전이라는 틀 속에서 상호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난국을 극복하려는 중국이나 한국의 민족적 에너지를 가능성의 측면에서보다는 혼란과 파멸의 징후로 인식하곤 했다.

일본은 중국이 흥기하는 기미를 보이면 불안해 했고, 약화기미를 보이면 안도했다. 이 같은 인식은 중ㆍ일 대립과 일본의 침략주의를 초래했다.

중국의 일본연구는 양면적 동기를 갖고 있었다. 중국의 일본의 아시아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규탄하려는 접근방식과 함께 일본의 근대화를 배우려는 의도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이 같은 상반된 동기에서 시작된 연구는 일본사회와 일본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 및 일본사회의 고민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을 크게 제한했다.

한국의 초기 일본연구는 일본을 통해서 서구문화를 습득하려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일본문화나 사회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일본에 유학했던 춘원 이광수가 일본의 정치경제적 근대화론자들에게는 관심을 가졌지만, 정신적 근대화론자들에게는 무관심했던 것이 대표적 예다. 여기에 대한 반성이 있지만 여전히 주류에서는 소외된 인상이다.

3국은 앞으로 20세기의 상호인식 틀 속에서 활용 가능한 요소를 발굴해 재구축해야 한다.

21세기의 패러다임은 3국이 각자 자기본위가 아니라 아시아학, 또는 아시아 문화를 모색하는 공동의 바탕 위에 서야 한다.

▲허시라이

동아시아 문화는 인류역사상 가장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이자, 현재 부흥중인 가장 활력있는 문화다. 이러한 전통과 활력을 '전략적인 도량과 포부'로 승화시켜야 한다.

20세기 중국문화는 진취와 반성, 대화와 충돌, 개방과 폐쇄, 다원과 독존(獨尊)이란 4대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이 같은 4대 관계는 동아시아 전체 문화사와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1990년대 들어 중국 학계ㆍ사상계에서는 강한 문화반성 조류가 형성됐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에 뿌리를 둔 이러한 정치문화적 반성조류는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남침 구실을 하고 있다.

아시아 전체적으로도 과거의 은혜와 원수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2차대전 후 독일민족이 보여준 것처럼 진정한 문화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은 대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상호간 차이와 평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대화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화합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우리는 대화로서 미국 정치철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주장한 '문명충돌론'의 개념을 대체해야 한다.

20세기 중국문화의 현대화는 폐쇄에서 개방으로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중국은 개방만이 희망과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동아시아는 공동의 전통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기초 위에서 개방적인 태도로 상호문화를 통합해야 한다.

동북아 문화는 한반도 문화와 일본 열도문화, 중국 화하(華夏)문화로 구성돼 있다. 3개 문화는 국토면적, 인구, 역사에 관계없이 동일한 가치를 갖고 평등하게 지역문화로 통합돼야 한다. 어느 일방도 다른 문화를 압도하는 문화패권적 지위를 도모해서는 안된다.

▲우메하라 다케시

문화가 어떤 생산활동에 기초해 형성됐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생산활동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문화는 서방문화와 명백한 차이가 있다.

서방문화는 밀농사와 목축에 기초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문화는 벼농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문화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강우량 등 자연조건에 상대적으로 적게 의존했던 서방문화는 인간의 힘을 중시하고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를 예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도작농업이 기초가 됐던 동아시아 문화는 인간중심주의를 억제하는 측면이 강하다.

도교의 '무위자연'은 자연의 위력을 인식하고, 인간이 자연과 일체가 됨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했던 사상이다.

서방문화를 낳은 인간중심사상은 오늘날 두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했다. 우선 자신이나 자국의 사상을 우월시하고 다른 사상은 배척함으로써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인간의 자연정복을 절대선으로 여겨 환경파괴란 인류사회의 최대 위기를 낳는다. 이런 점에서 동아시아 문화는 21세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상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한국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오랜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일본문화에 대한 수입제한도 해제했다.

이 같은 정책은 동아시아 전통사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한ㆍ중ㆍ일 3국은 공통적인 문화적 전통을 자각하고, 이 바탕 위에서 친선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3국이 유럽연합(EU)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공동체(AU)를 결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지시엔린

인류의 문화 보고(寶庫)는 많은 민족, 많은 국가가 공동으로 세운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화다원주의' 입장에서 파시즘적 문화우월주의를 배격한다. 아울러 문화는 천하의 공유물이다.

당연히 문화교류는 동서양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과거 동양은 서양으로부터 문화를 가져왔고, 지금도 도입하고 있다.

동양도 서양에 문화를 주어야 한다. 서양이 필요로 하는 동양문화의 정화(精華)를 주어야 한다.

서양이 필요로 하는 문화는 서양문화가 초래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동양문화의 기본적 사유방식이다. 동양문화의 기본 사유방식은 천인합일(天人合一)로 표현되는 '종합'이다.

이에 반해 서양문화의 사유방식은 '분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서양의 분석적 사유방식은 지난 수백년간 환경ㆍ대기오염, 생태계 균형파괴, 새로운 질병 등 위기와 폐단을 낳았다.

우리는 유럽중심주의와 민족차별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동양중심주의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양문화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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