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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문화대토론회 / 동북아시아 문화의 지역성과 세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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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문화대토론회 / 동북아시아 문화의 지역성과 세계성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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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주제 - 지역문화 (사회 공성진)▼주제발표▼

더이상 패권 다툼 없어야

▦타오빙웨이(陶炳蔚) 중국국제문제연구소 고급연구원 = '동북아 평화와 발전에 있어서 지리문화의 영향'

한중일 3국의 최근 100년 동안의 정치관계사는 회상하기조차 꺼려지는 역사의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게는 민족재난의 역사였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시종일관 평화외교정책을 수행해왔다.

남북한 정상간의 '6ㆍ15 공동선언'은 한반도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한반도는 비로소 지역문화에 대한 교량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에 중국과 일본이 반드시 견지해야 할 입장은 3가지이다.

첫째, 남북 7,000만 국민의 의지와 자주적인 선택을 철저하게 존중한다. 둘째, 19세기 말 열강들이 벌였던 한반도 쟁탈의 역사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셋째, 한반도에 세력권을 형성하고자 시도할 경우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서태평양 공동체' 바람직

▦가와가쓰 헤이타(川勝平太)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 '서태평양공동체 시대를 열자'

'아시아'라는 말은 원래 '일출'을 뜻하는 앗시리아어였다. 이러한 동경은 19세기 유럽이 근대화한 뒤 경멸의 의미로 변질됐다. "아시아는 야만인이 지배하는 지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근동'을 뜻하는 '오리엔트'역시 유럽인의 사고방식이 투영된 개념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역 명칭 문제부터 극복하는 것이 21세기 동북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요즘 세계는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남미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지구적으로 봤을 때 수직적인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처하기 위해서 동북아 3국은 호주와 서태평양 상의 여러 섬나라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서태평양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동북아 경협 3단계 추진을

▦유장희(柳莊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 '동북아 3국의 지정학적 관계와 통일한국의 역할'

전지구적인 경제 블록화 과정에서 동북아 3국만큼 공식적인 경제협력체가 형성되지 않은 곳도 드물다.

이는 무엇보다도 과거 역사에 따른 3국간의 적개심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체는 3단계 접근방식이 유효할 것이다. 에너지, 관광, 환경 등 일반적인 관심사에 대한 회의를 자주 갖는 단계, APEC보다 진보적이고 구속적인 무역과 투자를 추진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다른 지역경제협력체와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통일한국은 과거의 발전 경험과 최근의 금융위기 경험으로 다른 개도국들에게 좋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토론▼

배타적 지역주의에 반대

▦박영호(朴英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이 통일된 후에야 동북아경제협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북한을 끌어들여 지역협력에 이바지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가와가쓰 헤이타 교수의 '서태평양공동체'개념은 지나치게 반(反)서방적인 논의로 보인다.

지역주의가 반드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일 민족 특징 상보적

▦이토 아비토(伊藤亞人)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한국은 지나치게 관념적일 만큼 논리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일본은 논리적이고 통일된 세계관이 없다.

그래서 일본이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 나라의 이 같은 특징은 상호보완될 수 있다.

한국이 새롭게 논리정연한 개념을 만들어내면 일본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킴으로써 서로 돕는 방식이다.

'황해 경제공동체'가 유리

▦황칭(黃晴) 인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은 인접국가간의 포용성과 융화성을 낳는다. 헌팅턴이 '문명 충돌론'을 주장한 것은 이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 포용성과 융화성이야말로 향후 동북아 지역경제협력의 배경이 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통일 이후 황해를 중심으로 한 경제공동체가 (일본이 주장하는 서태평양공동체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제2주제- 종교문화(사회 정진홍)

▼주제발표▼

전통종교도 보편성 추구해야

▦도미오카 고이치로(富岡幸一郞) 일본 관동여자단대 조교수=20세기 후반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시작으로 종교ㆍ문명 간의 대립 갈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을 거치면서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서둘러 서양ㆍ근대화를 진행시켰으나 서양제국주의적 방식을 추종하고 말았다.

오늘날 일본은 물질적 충족과 반대로 민족과 문화의 정신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정신ㆍ윤리적 지주를 자국 중심적인 내셔널리즘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다.

근대 일본에선 전통적 사상 내에서 기독교를 수용했다. 서양에선 기독교가 한때 강력한 사회ㆍ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이데올로기화하는 폐해가 있었다.

21세기엔 아시아에서도 종교간 대화가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기독교의 올바른 수용 속에서 아시아의 전통종교도 인류의 보편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 보편성이 새 밀레니엄시대에 문명 간의 충돌이나 종교의 대립을 풀어 줄 새로운 '대화의 정신'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세계화의 압박,정체성 위기

▦신광철(申光澈)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19세기말~20세기 초 한국사회는 근대ㆍ서구화의 영향으로 선택적이기보다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세계화'를 지향해야 했다.

20세기말~21세기 초에는 또 다른 세계화의 압박을 체험하고 있다. 오늘날의 정체성 위기는 한 세기 전에 겪었던 것보다 심각하다.

지난 해 국내에서 벌어졌던 유교논쟁(공자논쟁)과 '단군논쟁'은 한국사회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규정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정체성 재규정작업은 종교문화에 대한 담론의 재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종교비판론의 핵심은 개신교에 대한 담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100년간 한국 종교지형을 주도해 온 개신교는 오늘날 외형 성장만 추구하는 '세계화' 경향에 반성적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사회는 이 시점에서 동학 등 민족종교운동과 척사위정론(斥邪衛正論)등 유교근본주의가 남긴 역사ㆍ의미적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유.불.선 토대 새문명 창조를

▦왕즈위엔(王志遠)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 부연구원=지난 200년간 충돌과 대혼전, 대교류를 겪어온 동서문명은 지금도 경제적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과 교류 협력 속에서 교차ㆍ충돌하고 있다.

문명체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종교문화다.

식민시대의 사유방식은 기독교문화의 배경 속에서 서양문명을 기준으로 문명과 야만을 판정했다. 그러나 서양문명으로 동양문명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서양문명은 아직도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우세는 기독교에 속한 것이 아니며 바로 '현대문명'에 속하는 것이다.

동북아 3국의 전통 종교 문화는 정체성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젊은이들에게 '전통과 현대'라는 틀 속에서 종교문화에 대한 재인식과 과학적 기초에 근거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유ㆍ불ㆍ선의 전통을 매개로 교류와 공동발전을 위해 노력하면서 서양문명과의 상호보완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야 한다.

▼토론▼

'한국적이 세계적' 논리 퇴조

▦오구라 기조 (小倉紀藏) 일본 동해대 조교수=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라는 성장중심의 의식체계가 일부 지식층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철학과 사상에 빠져 있던 학생의 입장에서 당시 한국적인 특수성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의 논리에 심취됐었다.

그러나 이런 슬로건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라졌다. 한국 종교 철학계도 보다 분석적인 측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토착 기독교는 자국의 문화

▦거자오구앙(葛兆光) 중국칭화대 인문학원 교수=현대화라는 화두를 놓고 "과연 동북아시아 3국의 전통과 문화가 이를 어떻게 나름대로의 논리와 언어로 풀어 갈 수 있을 것인가"하고 고민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독교가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이를 더 이상 서양의 종교나 문화라고 보지 않는다.

더 이상 배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문화에 대한 적합한 개념과 의미의 재 해석ㆍ재정립이 현실적인 문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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