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러 집단이 저마다 집단행동으로 권익과 요구를 주장, 관철하려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 위기가 깊어지는 마당에 사회적 갈등마저 이런 식으로 마구 불거진다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틀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당연히 집단 이기주의를 꾸짖고, 이를 부추긴 정부의 무원칙과 신뢰 상실을 탓하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양비론(兩非論)적 접근이다.
의약분업 파동에 이은 농민시위, 한국전력 노조와 건설ㆍ금속ㆍ사무금융 노련 등의 파업선언은 분명 국민을 불안케 한다.
이러다간 모두가 떠드는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기다릴 겨를도 없이 사회 전체가 바닥 모를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짙다.
발전부문 매각과 노조 반발의 시비를 따지기에 앞서, 파업으로 암흑천지가 될 것부터 걱정하는 것이 국민 일반의 정서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집단 이기주의를 소리 높여 나무라는 것이 과연 근본 해법인가를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제 몫 챙기기를 자제하고, 경제와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는 원론적 주문이 얼마나 유효할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집단마다 돌아가며 들고 일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누구를 나무라야 할지조차 헷갈려 서로 멱살을 마주 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과 형평을 잃은 정책이 혼란과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은 옳다. 기업과 공조직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엄하게 문책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에게는 구조조정의 가혹한 부담을 지우는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경영과 감독 잘못으로 부실해진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농정실책으로 가중된 농촌부채는 왜 후하게 탕감해 주지 않느냐는 주장을 물리치기 어렵다.
특히 의약계와 공기업 노조 등의 집단 이기주의는 그것대로 대응하더라도, 형편이 훨씬 어려운 일용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목소리 없는 다수의 상실감이 사회 안정을 뿌리부터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총체적 위기를 막으려면 정부가 확고한 원칙을 세워 개혁을 추진하고, 그 고통을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이 것으로 집단 이기와 사회집단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당면한 개혁의 고통을 나눌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집단의 복지를 함께 책임지고 부담하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런 사회적 대타협 없이,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내맡긴 개혁만으로는 집단과 계층간 갈등이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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