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선 농협의 쌀 수매 자금이 바닥나면서 수매중단 사태가 속출,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특히 전남 지역에선 일반 상인들이 물량은 풍부한 반면 태풍의 영향으로 쌀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떼기' 수매마저 꺼려 농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정부 수매량이 해마다 10% 가량 줄면서 농민들이 농협 수매로 몰리고 있으나, 도내 38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은 자금난 때문에 쌀을 제대로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주 동강농협의 경우 최근 50억원을 들여 산물벼와 포대벼(건벼) 등 모두 9만가마(40㎏1등급)를 사들인 뒤 자금이 바닥나 자체수매를 중단했다.
앞으로 회원 농민들에게 10만 가마를 더 사들여야 하지만 자금조달이 어려워 농민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현물(쌀)로 농협 빚을 갚으려는 농민들도 줄을 잇고 있지만 이미 처리장의 보관용량(4,200톤)을 1,000톤이나 초과,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나주시 동강면 진천리에서 1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조영민(曺永民ㆍ40)씨는 "3만평의 논에서 1,500가마를 수확했으나 400가마만 정부수매로 팔리고 나머지는 창고에 쌓아놓고 있다"며 "영농자금 등 2,000여만원의 빚을 갚을 계획이었는데 농협수매가 끊겨 막막하다"고 말했다.
보성농협과 득량농협도 지난달 초부터 농협중앙회 예치금까지 빼내 4만여 가마를 수매했지만 이날 현재 농민들에게 8,000여만원의 수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 수매가 어렵게 되자 농민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시중의 양곡 상인들에게 농협 수매가(5만5,500∼5만7,000원)보다 10% 이상 싼 값에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학자금과 영농자금 마련을 위해 내다팔려는 물량은 쏟아지고 있는 반면, 상인들이 미질이 떨어져 수매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 좀처럼 사들이지 않고 있다.
경남 함양과 진주 농협미곡처리장도 올해 각각 4,000톤을 수매, 농민들에게 대금은 지급했으나 자체 재원이 없어 정부로부터 각각 30억원과 28억원의 융자를 받아 이자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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