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한 농민들을 보면서 국사교과서에 나오는 농민봉기란 말이 새삼 떠올랐다. 역사책에는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회적 사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용어가 나온다.여러 지역에서 한꺼번에 일어난 이번 시위는 농정의 실패를 비판하면서 농가부채의 탕감을 요구했다.
21세기 시위답게 농민들은 구호를 적은 울긋불긋한 깃발을 자동차와 농기계에 매달고 국도와 고속도로를 점거, 농성을 벌임으로써 엄청난 교통대란을 일으켰다.
■봉기(蜂起)란 용어는 항의하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난다는 말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전국 도처에서는 유사한 농민 봉기가 있었다.
오랜 억눌림에서 깨어난 농민들의 봉기는 잘못된 정치에 대한 항의뿐 아니라 독립에 대해서까지 개화의 눈을 뜨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에도 농산물에 대한 무차별적 개방을 요구한 소위 UR를 둘러싸고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스스럼없이 나타낸다. 과거 사북탄광 광원이나 자동차회사 노동자들이 하는 것으로 여겼던 시위가 지금은 불만을 가진 모든 사람으로 보편화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곧장 시위라는 물리력에 호소한다. 시위가 격렬해지면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행동이 또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리는 게 오늘의 세태다.
■바야흐로 지금은 전국민 봉기 시대다. 의약분업에 불만을 가진 의사 파업사태에 이어 엊그제는 대규모 농민시위가 있었다.
주거환경을 망치는 러브호텔 반대 시위같은 절실한 요구도 있지만 대개는 사사로운 이해 때문이다. 제3자의 시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4ㆍ19직후 우리사회에 있었던 '데모망국론'이 생각난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남의 사정은 조금도 고려치 않는 이런 무분별한 시위나 봉기를 막기 위해 무슨 조치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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