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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동맹' 수면위탐색전

입력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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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자민련 "농가부채 공동협의"한나라당과 자민련이 22일 농가부채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실무자 접촉을 가진 것은 음미해 볼 대목이 적지 않다.

특정 현안 중심의 양당 정책공조 타진이 표면의 의미라면, 한-자 동맹의 가능성 열어두기를 통한 정치지형 변화 모색은 이면의 함의(含意)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당장 무슨 사단을 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오전의 양당 접촉 과정만 짚어봐도 그렇다.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에게 전화를 해 "농민봉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농어가 부채 경감법과 관련한 정책협의를 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 대행은 즉각 이를 수락하면서 회동 주체를 양당 정책위의장으로 하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목 의장은 "일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들썩하게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무 책임자 급으로 레벨을 낮추자고 수정 제의했고, 결국 양당 농림해양수산위 간사 접촉으로 낙착이 됐다.

접촉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자민련은 "공개 못할 게 뭐 있느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제대로 일을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모양새만 우스워지고, 민주당을 자극해서 좋을 것도 없지 않느냐"는 이유로 비공개를 원했다.

한나라당이 양당접촉을 먼저 제의 해놓고도 자민련에 비해 오히려 소극적 자세를 취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여-여공조를 야-야공조로 바꾸는 작업은 모름지기 수면 하에서 은밀히 진행돼야지 천지사방에 광고하는 식으로 해선 될 일이 아나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굳이 콩이니 팥이니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지 않느냐"는 말로 정책공조 제안의 포괄적 의미를 에둘러 설명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오늘(22일) 아침 총재단 회의에서 목 의장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공조 제안에 관한 보고를 했고, 이 총재가 이를 재가했다"면서 "이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관계정립 시도가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한가지 예"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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