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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망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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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망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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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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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우리를 절망의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정치꾼들의 행태이다.우리 경제가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정치꾼들은 30여 개나 되는 경제 법안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꼬여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법안들이다.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동의안, 기업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인회계사법안, 공기업 개혁의 상징적 케이스인 한국전력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전력산업구조개편안 등 하루가 시급한 법안들이 정치꾼들의 외면으로 국회 창고에 깊숙이 내팽개쳐진 채 세월만 흐르고 있다.

1997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기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여야 정치인들은 경제논리와 국제여론을 무시한 채 노조로부터의 인기만을 의식한 무책임한 발언들을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듯이 쏟아냈다.

그 결과 기아자동차의 구조조정은 적절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우리 정부의 정책능력과 우리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국제 신용도는 크게 떨어졌으며 우리 국민들은 기아 부채 중 7조원 이상의 부담을 안아야 했다.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법안의 내용이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논쟁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어떠한 연출을 해야 표를 더 얻을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시종일관 인기 영합주의로 정치투쟁을 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났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투자여건이 좋지 못한 국가로 분류하게 되었다.

금융개혁 관련 법안들의 경우도 그랬다. 이 법안들은 관치금융으로 인하여 금융의 시장원리 작동이 안되고, 기업 재무구조의 악화로 인한 금융부실의 증가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있고, 구조조정과 금융정상화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외환위기가 잠재되어 있다는 문제 의식 하에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제안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정치꾼들의 정쟁은 이 법안들의 통과를 지연시켰고 결국 외환위기는 현실화했다.

그때와 현재의 상황은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정책수단의 선택 범위가 더 좁아졌고 해외여건이 더 악화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치꾼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의 기초인 경제를 외면한 채 힘자랑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민주주의 발전에 따른 정치활성화로 볼 수 있는가. 정치활성화는 그 주체인 정치인들이 다양한 이익집단 간의 이해 갈등을 국가발전과 공동체의 공동선 추구라는 기준 하에 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가질 때만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기초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병행 발전할 수 있는 것이며 정치적 평등과 경제적 합리성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익집단들 간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정당이나 개인의 권력 확대와 부의 축적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면 정치의 활성화는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하여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의 수준을 저하시키게 된다.

이러한 정치꾼들 때문에 중요한 경제문제들이 정치적 이슈의 홍수 속에 잠겨 정책 시행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 정치꾼들을 계속 선출해 준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은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조선의 기술자들을 일본으로 끌어갔다. 만약 그들이 당파싸움에만 몰두했던 정치꾼들을 몽땅 붙들어 갔더라면 오늘의 우리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기업, 금융과 함께 정치의 구조조정을 위한 시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광두ㆍ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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