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상상력.주제 살리는 각색 절실"조창인씨의 소설 '가시고기' 가 MBC 창사 특집 드라마(12월 8, 9일 방송)가 된다. 이 소설은 최근 37주 동안 베스트 셀러 소설 부문 1위를 유지해 왔다.
백혈병이 재발하려는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극한 부정(父情)을 묘사한 눈물겨운 내용이다. '가시고기' 의 촬영은 대구, 경기 의정부 등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전경린씨의 소설 '가게집 앞마당이 보이는 풍경' 도 12월 13일 방송될 KBS 'TV 문학관' 으로 영상화한다.
요즘 방송사들이 소설을 연속극, 미니시리즈, 단만극 등 다양한 형태로 드라마화하고 있다.
10월 방송된 KBS 'TV문학관-그곳에 바람이 있었네' 는 강석경씨의 소설 '석양꽃' 의 주제와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영상에만 치중한 실패작으로 평가 받았다.
반면 지난해 12월 방송된 'TV문학관-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는 시청자와 전문가들로부터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하나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 '해파리에 관한 명상'의 작가 이순원씨는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 이야기 구조, 소설의 분위기까지 드라마에 녹여내 만족스럽다" 고 말했다.
소설의 드라마화는 대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드라마 작가가 원작의 등장 인물과 이야기 골격만을 참조해 창작에 가까운 각색을 하는 경우와, 내용.배경.분위기까지 원작 소설을 그대로 살리는 경우다.
최근 MBC '허준' (이은성씨의 '소설 동의보감')과 KBS 미니 시리즈 '바보 같은 사랑' (박영한씨의 '우묵배미의 사랑')처럼 드라마 작가가 창작에 가까운 각색을 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 작가들이 극적 재미와 갈등 조장에만 초점을 맞춰 소설이 갖고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나 메시지, 주제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방송사는 소설의 문학적 요소와 드라마의 영상적 속성을 잘 파악하고 역량 있는 각색자를 양성해야 한다.
KBS 이민홍PD는 "새로운 형태의 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에 맞는 영상 언어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부족해 소설의 드라마화에 어려움이 많다" 고 말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드라마 '가시고기'주연 정보석
"소설이 너무 슬픈 내용이라 드라마 촬영하며 많이 힘들어요. 요즘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자는 두 아이들의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됩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가시고기'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대구 계명대에서 만난 정보석(39)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한달 전 소설을 구해 보며 많이 울었다는 정보석은 연기에 임하면서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마음을 다그쳤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소설 속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워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고 했다.
"아버지가 간암 말기이면도 자신의 각막을 팔아 아들 골수 이식수술비를 마련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 떠나기 싫어하는 아들을 억지로 이혼한 아내에게 보내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인터뷰 도중 아들 역으로 나오는 유승호(7)군이 다가오자 꼭 껴안아주며 "참! 귀엽지요" 라며 웃는다. 정보석은 연기가 처음인 아역 탤런트 승호군이 자신에게 부담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집에 데려가 며칠동안 함께 생활하는 자상함도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아버지의 정이 많이 그리웠다는 정보석은 요즘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KBS '좋은걸 어떡해' 에서도 주연을 맡고 있다.
두개의 드라마를 찍다 보니 몸무게가 4㎏나 빠졌다는 정보석은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 요즘 드라마 '가시고기'가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느낄수 있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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