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패션 담당을 맡고 한 패션모델과 사진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그는 키가 비쩍 크고 평범한 얼굴에 얌전한 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패션무대에 선 그는 자신감에 찬 걸음걸이로 좌중을 압도하고 옷을 소화하는 게 두드러졌습니다. 예쁜 것과는 달리 패션모델로서의 자질은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갈수록 못 생긴 모델이 각광받는 것 같습니다. 국내 양대 모델에이전시 중 하나인 모델라인의 이재연 대표는 'ET과'와 '공주과' 모델 중 ET과의 득세라고 말합니다. 갈수록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이죠.
물론 디자이너에 따라 다릅니다. 우아한 옷을 고집하는 앙드레 김은 절대 ET과는 쓰지 않습니다. 최근 뉴욕, 파리 등으로 진출한 한 개성파 모델도 앙드레 김으로부터 보기좋게 퇴짜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앙드레 김은 길고 우아한 모델을, 진태옥 박윤수 등은 강한 이미지의 모델을, 지춘희는 여성스럽고 귀여운 모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영희는 얼굴이 하얗고 작은 미소년 풍의 모델만 골라 무대에 세운 적이 있고, 홍은주는 "못 생긴 모델만 뽑아달라"고 해서 예쁘장한 모델은 모두 배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델로서의 중요한 자질이란 무엇일까요? 체형은 필수 요소겠죠. 여자 모델은 키 175㎝, 남자 모델은 183㎝ 이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뚱뚱하지 않아야 합니다. 몸에 군살이 있으면 아무래도 옷이 살지 않으니까요. 모델들은 대부분 55사이즈고 쇼를 앞두고 또 다이어트를 하기도 합니다.
체형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의 표현력입니다. 한 패션쇼 관계자는 "경력이 짧은 모델들은 아무리 예뻐도 이미지가 천편일률적이다. 표현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리허설을 해보고 이런 모델을 빼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즉 귀로는 누구나 음악을 들을 줄 알지만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모델의 역할인 것입니다. 한 관계자는 "걸음걸이를 보면 성격의 60%는 파악할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모델은 경력과 인지도 등에 따라 쇼 무대 한 번에 20만~200만원까지 받습니다. 그러나 쇼 한번에 200만원씩 받는 소위 '톱 모델'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입니다.
한 개 모델아카데미만 따져도 분기마다 150여 명의 수강생이 몰리는데 이 중 오디션을 거쳐 전속계약을 하는 숫자는 10명 안팎입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델의 숫자는 통틀어 200여 명이나 될까요. 이중 겨우 10명 정도만 톱 모델의 반열에 오릅니다. 물론 험한 경쟁과 자기계발을 거쳐서요.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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