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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너나 잘해'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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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너나 잘해' 민심

입력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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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자투고를 읽다 보면 우리 사회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전에는 공직비리가 쏟아져 나와도 질타하는 소리는 있었을 뿐 '다 그런 것이지'하는 자조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한 술 더 떠 '더 나쁜 사람도 잘 사는데 내가 왜'에 '그러니 나도'라는 의견이 많아졌다.

이것은 지위ㆍ연령고하와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된 점이다. 아마도 이런 사고가 집단화한 것이 바로 의료파업이 아닌가 싶다.

최근 H.O.T의 강타가 음주운전에 뺑소니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그래서 인터넷 여론마당에 '처벌받고 출연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올랐는데 그 뒤에 반론이 들어왔다.

'국민의 눈을 무서워하지 않는 비리 공무원과 국회의원도 잘 사는데 뭘 그 정도 가지고 흥분합니까.'

이런 독자투고도 들어왔다. "생계를 위해 차를 끌고 다니는데 불법주차 과태료가 너무 엄정하다. 전두환 노태우 과징금이나 이렇게 잘 챙겨받지, 서민만 못살게 구는 정부가 야속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민들이 벌과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온갖 독촉장에 금융기관에 연락해서 신용불량자로 낙인을 찍는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각각 1,892억원과 884억원의 추징금을 못 내고도 멀쩡할 수 있는지 납득할 사람은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이렇게 법을 어기면서도 국민의 정부 들어서 두 사람은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원로대접을 받는데 대해 의아하다는 소리가 더 높다.

강타 옹호론에 한 몫을 하는 것은 탤런트 김지수씨이다. 역시 최근 무면허에 음주운전까지 한 김씨는 희한하게도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탤런트 이승연씨가 96년 운전면허 대리시험을 본 이유로 1년 3개월동안 출연정지를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운전면허 대리시험도 나쁜 짓이지만 무면허 음주운전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악한 행동이다.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의를 가진 정도로 엄히 처벌하고 있다. 자칫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지금 공영방송인 KBS와 MBC에서 각기 주말드라마에 일일연속극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김씨는 출연하는 방송에 귀고리를 한 사람이나 머리를 붉게 염색한 사람은 출연할 수 없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자유분방한 것은 금기시되지만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씨를 놓고는 이 때문에 지금 곳곳에서 들리는 것은 원칙을 무시하고 내 이익만 추구하겠다는 소리뿐이다. 이런 독자투고도 있다.

'물같이 쏟아붓는 공적자금을 보니 농가부채 탕감은 당연하다.' 공적자금은 공짜가 아니니 농가부채 탕감과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번도 갚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계속 투입하는 모양만을 보니 이 같은 억지 주장이 세력을 얻게 된다.

고문이 무서운 것은 고문 당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불공정한 법 집행이 나쁜 것은 모든 사람이 법과 질서를 불신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물코가 한 군데만 빠지면 전체 그물이 뻥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별사정하겠다고 큰 소리는 그만 쳤으면 좋겠다. 원칙이 가동되는 것만 보면 국민들은 당연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여론독자부장 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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