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난 두 아들을 데리고 시골 아버지께 간다. 누님과 함께 계신 아버지의 목욕을 시켜드리기 위해서다.올해 아흔한살 이신 아버지는 이제 스스로 일어서기도 힘겨워하시며 그냥 누워 자는 듯, 깨어 있는 듯 지내신다.
토요일 오후 적막으로 싸인 방문을 열면 고즈넉한 방안에 홀로 누워계신 아버지는 "오랜만이구나"하며 우리를 반기신다. 일주일마다 오는 데도 언제나 "오랜만이구나"이시다. 난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막힌다.
저녁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해가 떠오르면 난 아버지의 방청소를 하고 나서 목욕준비를 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우면 허약한 노인의 체온은 외부온도에 민감하기에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우선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려 목욕탕 바닥과 벽의 온도를 높인다. 뽀얀 수증기가 목욕탕을 덥히면 내의를 입은 아버지를 목욕탕으로 모신다.
욕조에 온몸을 담가 목욕을 시키면 허약한 노인들은 숨이 차올라 아주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목욕탕 바닥에 작은 의자를 마련해 앉게 한 다음 목욕을 시켜드려야 한다. 먼저 낮은 의자를 준비해 더운 물 적신 수건을 그 위에 깔고 앉게 한다.
그리고 고무통 2개에 알맞은 온도의 물을 받아 놓고 커다란 수건 석장을 적셔놓은 다음 내의를 조심스레 벗기고 알맞게 데운 수건으로 온 몸을 감싼다. 그리고 두 발을 물이 든 통에 담근 다음 부드러운 천에 비눗물을 충분히 적셔 온몸을 천천히 닦는다.
나는 또 내 아들들에게 할아버지의 몸을 수건으로 맛사지하듯 조심스레 닦도록 한다. 온몸을 여러 번 닦아낸 다음 마지막으로 머리를 닦는다. 마른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목욕탕에서 내의를 갈아 입히고 방으로 모셔 따뜻한 이불을 덮어 드리면 목욕은 끝난다.
아버지의 몸엔 과거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각인되어 있다. 아버님의 어깨와 휜 등에는 나무 옹이처럼 굳어진 지게자국이 패어 있다. 고단한 삶을 등에 지고 살아오신 아버님, 이 굳어 옹이진 삶의 자국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생각에 울컥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는 아버지의 목욕을 두 아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목욕탕에 앉아 있을 나를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눈을 본다. 그 아이들의 눈빛에 즐거움이 담겨있는지 괴로움이 담겨있는지 알기 위해서지만 알 수가 없다.
아버님의 목욕을 시켜 드리고 돌아오는 길, 아버님의 무너질 듯한 몸이 눈에 밟혀 가슴이 아프다.
문관식
광주시 북구 문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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