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원화 가치와 주식ㆍ채권 가격의 동반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달러 당 1,130원대이던 원화 환율이 어제 1,170원 선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주식시장도 약세로 종합주가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당국의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환율 급등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입 등을 들어 환율이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본 대만의 정치불안과 국내 정쟁에 따른 구조조정차질 우려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불안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이다. 이번 환율 급등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 동안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온 원화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어서 수출 등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사정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일어난 달러화 투기성 매수가 원화 환율 급등의 한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달러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불안감이 존재하는 한 금융시장의 안정은 요원하다.
환율 급등은 현 상황에서 수출증대 등의 이익보다 물가 상승 등 손해 요소가 더 많다.
내년도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환율 급등은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갑자기 표출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급 조절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천적으로 불안감을 제거해야 하고 그것은 철저한 구조조정에 있다는 사실을 재차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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