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이라는 단어가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지도 3년이 됐다. 고속성장의 덕택이었던지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는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 것이고, 열심히 일하면 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었다.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IMF체제는 이러한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렸고, 신문 외신면에서나 봤던 노숙자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게 됐다.
■문제는 그러한 실업과 노숙자들의 문제가 개선되기는 커녕 질적으로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의 공포로 부터 자유스럽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버지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취직 원서조차 못 내고 있는 모습은 IMF 초기 때의 일시적인 불행한 사태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회병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심리적인 공황이 그 한 예다.
■'공황장애'라는 전에는 별로 듣지 못했던 병이 퍼지고 있다. 갑자기 심한 불안감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급하게 뛰고 식은 땀이 나는 등 '공황발작'이 되풀이 되면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주는 병이다.
경제위기 동안에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설명하고 있다. 뭔가 불안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국내에는 60만~1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40~50대들의 실업은 아주 심각하다. 이들은 한창 일할 나이이고, 또 돈도 가장 많이 필요한 때다. 그 동안 순환보직 근무탓에 특별한 주특기도 없다.
정보통신 분야에는 그나마 일자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진입하기에는 결코 쉽지가 않다. 실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특별한 대책도 어렵다면서 경기가 풀리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넘겨서는 안 된다. 공황장애 환자와 노숙자들이 사라진 따뜻한 겨울은 언제 올 것인가.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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