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나쁠 것 없는 불안'1997년 외환위기이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환율폭등(원화가치 폭락 평가절하)장세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과속'이 문제이지, 방향 자체는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게 업계와 당국의분석이다.
▲원화환율의 탈고립
금년 하반기이후 세계 외환시장의 가장 뚜렷한 기류는 '달러 강세' 현상이다.
제2의 외환위기조짐이 뚜렷한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등의 통화가치는 올들어 20~30%나 폭락했다.
유로화는 초약세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일본엔화도 작년말 달러당 102엔에서 현재 109엔으로 6%이상 평가 절하됐다.
하지만 원화만은 달랐다. 작년말 이래 원화 환율은 1,130원 안팎에서 줄곧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세계적 '절하'흐름에서 원화는 달러를 배고는 유일한 강세통화였고, 따라서 최근의 원화환율 상승은 정상적인 것일 뿐 아니라, 악화한 수출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란 시각도 많다.
환율상승은 돈을 풀지 않고도 경기를 띄울 수 있는 부양력을 지닌다. 때문에 수출회복을 통해 국내 실물경기 침몰을 막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수출측면에서 본다면 원.달러보다는 원.엔환율이 더 중요하며 적어도 100엔=1,100원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엔환율은 100엔당 1,050~1,060원대로 작년말(1,121원)보다 오히려 절상된 상태. 대일 수출 경쟁력을 작년말 수준이라도 회복하려면 원화환율은 100엔당 1,100원, 달러당 1,200원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 꿈틀대는 가수요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더구나 수급과는 동떨어진 '심리적 가수요'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9~10월 두달 연속 순유출세를 보였던 외국인주식자금은 ㅣ달들어 7억달러(17일 현재)의 순유입으로 반전됐고, 무역수지도 월중으론 15억달러 안팎의 흑자가 예상된다.
수급상으론 달러의 공급우위(달러약세)인데도 환율은 거꾸로 원화약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가수요'가 일고 있다는 증거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외선물환(NDF)쪽에서 1개월물을 중심으로 가수요가 확실히 일고 있다"며 "정부가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고 있지만 흔적도 없이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요의 형성은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이로 인한 환율의 추가상승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했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딜러는 "1차적으론 1,180원에서 한차례 마지노선이 형성되겠지만 구조조정과 정치일정 진행여하에 따라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다면 97년에 준하는 대규모 달러이탈과 환율폭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 김용덕 국제금융국장은 "일본.대만의 정치불안과 국내 정쟁에 따른 구조조정 차질우려등이 겹치면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급기조가 바뀌지는 않은 만큼 곧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OECD 전망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1일 "한국에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OECD는 이날 '세계경제전망'을 발표, 한국의 외환보유액(10월말기준 927억달러)이 단기외채(9월말 기준 468억달러)의 두배에 달하기 때문에 제2의 환란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OECD는 그러나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이 지체되고, 내년 미국경제가 경착륙하는 등 세계경제가 급격히 둔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관련, 고유가와 기업ㆍ금융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 2001~2002년 경제성장률은 5.6~5.8%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5.0~6.0%),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5.4%)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함께 물가상승률은 유가상승이 반영됨에 따라 내년 3.5%로 오르겠지만 안정적 경제성장이 기대되고 임금상승압력이 아직 높지 않기 때문에 2002년에는 2.8%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세계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내년 86억달러에 달하고 2002년에는 121억달러로 올해 수준(117억달러)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내년 초 4%대로 증가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함에 따라 다시 3%대로 하락, 연간 3.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그러나 한국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금융ㆍ기업부문에 대해 정부가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대외부문에서 미국경제의 경착륙 등 세계경제의 급격한 성장률 둔화는 한국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공적자금 등 추가적 재정지출 압력을 받고 있지만 공공지출 증가율을 억제해야 하며, 한국은행은 중기물가목표(2.5%)를 달성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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