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한국적인 소재 개발과 춤 사위 연구에 몰두했다. 나 자신의 춤 재료를 찾는 수행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움직임 자체보다 그것의 의미를 찾고 싶다."신작 '비명-기억의 놀이' 발표를 앞둔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40)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무용의 창작 흐름을 주도하며 주목받는 안무가의 한 사람이다.
'움직임에서 의미로 이동하겠다'는 말은 자신의 언어로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처럼 들린다. 그의 작품 세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김영태의 시 '비명'을 대본으로 한 이번 작품은 현실의 불안과 공포, 연민을 다룬 것이다.
어린 시절의 놀이들, 예컨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전쟁놀이' 등을 통해 그 속에 감춰진 무형의 폭력성과 권위의식을 우화적으로 표현했다."
놀람 또는 두려움에서 지르는 끔찍한 비명을 놀이의 가벼움에 실어 더 끔찍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시인 겸 무용평론가 김영태는 "안애순의 신작 속에는 늘 예측불가능한 안무들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안무 방식의 변화를 시도한다.
"즉흥이야말로 가장 세련된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완벽하게 짜여진 안무 대신 무용수 각각의 재능과 개성이 작품 곳곳에 배이도록 했다. 즉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의 출연자들은 그와 오래 작업해온 이윤경을 비롯한 9명으로, 그가 즉흥을 허락해도 안심할 만큼 춤 잘 추기로 소문난 무용수들이다.
그는 9월 서울 전농동에 작은 연습실을 마련하고 자신의 무용단을 만들었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정도'라고 표현하는 비좁은 연습실에서 무용수들을 지도하며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경제가 안 좋은 때 무용단을 만들어 어떻게 운영할지 걱정이 크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용단이 대학에 기반을 두고 동문단체처럼 활동해서는 발전이 없다. 이제는 프로가 필요하다. 나의 무용단이 거기에 일조를 했으면 한다."
25, 2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일 이번 작품은 문화관광부의 올해 무대예술 지원사업 선정작 중 현대무용으로는 가장 많은 6,000만원을 받았다.
그가 무대에 펼쳐보일 춤 못지않게 정하응의 설치미술도 관심거리다. 폐품으로 만든 피아노처럼 생긴 물체가 라디오 주파수를 잡아내 소리를 만들어내고 공중에 늘어뜨린 긴 파이프가 무대를 장식한다. 공연시간 5일 오후 6시, 26일 오후 3시, 6시. (02)2272-2153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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