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기업 퇴출 및 공기업 민영화 등에 반발, '동계(冬季) 투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각 기업들의 연말 노사관리에 비상이 걸렸다.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계 등은 최근 들어 노조가 일방적인 기업ㆍ금융ㆍ공공부문 구조조정 철회 등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자,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경영에 찬물을 끼얹고 구조조정 일정마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달 들어 노사분규가 진행중인 곳은 퇴출 결정이 난 삼성상용차와 데이콤, 한국철도차량, 이랜드, 증권업협회 등 20여곳. 올 초 월 6건 정도에 불과하던 노동쟁의는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급증해 지난달에는 220건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전력 노조가 24일부터 한전 민영화 및 전력사업 구조개편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퇴출기업 근로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연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노사분규가 사업장마다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삼성상용차 근로자들과 대구ㆍ경북지역 노동단체들이 종업원 고용승계 및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연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은 일단 상용차 직원들이 재취업을 원하면 계열사에 취업을 알선해주기로 했지만, 기업퇴출 결정이 대구경제 침체 등에 따른 지역정서와 맞물려 '반 삼성'분위기로 확산되자 난감한 표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계열사들이 신규 사업을 할 때는 대구 지역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당장 대체사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계열사인 데이콤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통신 및 전자금융 서비스 등에 차질이 생기자 긴급 지원 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데이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LG로부터의 독립경영과 LG의 6조5,000억원 투자 이행, 유상증자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으나, 사용자측도 경영권 침해라며 강경하게 맞서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5개월간 계속돼온 올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 이후 노조가 실시중인 파업찬반투표를 놓고 노사가 법정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회사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울산지법에 조합원투표방해 중단 가처분신청을 냈고 회사측은 노조의 조합원 투표에 불법행위 증거가 많다며 법원에 투표함 보전신청을 제출했다.
한국경총 김영배(金榮培) 상무는 "정부가 단호한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갖고 노동계의 요구에 대처해야 한다 "며 "노동계도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게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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