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산 바라보면 피로 풀려눈은 쉬고 싶다. 신문, TV, 영화, 만화, 컴퓨터, 게임 등. 세상은 볼 것으로 넘쳐 난다. 온통 눈을 혹사하는 환경들 뿐이다. 눈은 흔히 '마음의 창'으로 불리지만 '건강의 창'이기도 하다. 우리 눈의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 망막은 필름에 해당한다. 카메라가 낡으면 기능이 떨어지듯이, 눈도 나이가 들면 지치기 마련. 강동성심병원 안과 이하범 교수의 도움말로 건강한 눈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가짜 근시 여부 반드시 확인해야
학생들 중에는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바로 안경을 맞추면 절대 안된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거나 눈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눈의 조절근(筋)이 피로해지면서 경련을 일으켜 일시적인 근시 현상(가성 근시)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는 눈에 조절근 마비제(일시적인 경련을 풀어 주는 약물)를 넣고 정밀 검사를 실시, 진짜 근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가짜 근시라면 조절근의 경련이 풀리면서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무턱대고 안경을 쓰면 영원한 근시를 만드는 것인 만큼 반드시 약물검사 후 안경 착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
최근 안경을 액세서리로 이용할 정도로 안경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눈도 다른 신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한다. 즉 안경을 쓰고 6개월이 지나면 눈이 커져서 안구 길이가 길어진다. 당연히 안경 도수가 맞지 않게 된다. 도수가 높아진다고 해서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안약 잘못 사용하면 '毒'
눈이 아프다고 안약을 함부로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대부분의 안약에는 방부제가 들어 있어 눈에 자극을 주고 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 안약을 넣으면 약 성분이 렌즈에 침착돼 눈에 자극을 주거나 렌즈를 망가뜨리기 쉽다.
시중 약국에선 오래 전부터 눈병에 걸리거나 눈이 충혈된 사람들에게 미용 안약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안약에는 스테로이드제가 들어 있어 일시적으로 눈을 맑게 해주지만, 오래 사용하면 충혈이 가시지 않고 무서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안압(眼壓)이 높은 환자가 미용 안약을 사용하면 안압이 더욱 높아져 시신경이 위축되거나 눈의 면역성이 떨어진다. 간혹 각막궤양으로 실명하는 경우도 생긴다.
■먼 곳 자주 응시하면 눈 피로 풀려
하루 종일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면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에겐 'VDT(영상화면 단말기)증후군'이라는 신종 직업병이 많다. 오후가 되면 머리가 띵하고 눈에 통증이 오며 충혈이 되는 안정(眼睛ㆍ눈동자)피로가 주증상이다. 눈의 피로를 예방하려면 1시간 정도 일을 하고 5∼10분씩 가벼운 체조를 하며 쉬는 것이 좋다. 이 때 눈을 감고 쉬기보다는 무한대의 거리에 초점이 맺도록 먼 곳을 자주 바라보면 눈의 피로회복이 두 배 이상 빨라진다.
■독서는 쾌적한 조명 아래서
쾌적한 조명은 물체를 정확하고 빨리 보도록 해 독서 시간을 단축하고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반면 장기간 나쁜 조명을 이용하면 눈의 피로가 가중돼 굴절이상의 원인이 된다. 평소 공부할 때는 방 안 전체의 형광등을 켜고 다시 전기스탠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전기스탠드는 형광등보다 빛의 떨림이 적어 시력보호에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 때는 몸에 맞는 책상과 의자를 사용해야 한다. 책상은 무릎 높이에 앉은 키의 3분의 1을 더한 높이, 의자는 무릎 높이로 하는 게 좋다. 눈과 책 사이의 간격은 30㎝ 정도가 적당하다. 책은 시선과 직각이 되도록 하고, 전기스탠드는 책상 좌측 약간 위쪽에서 비추도록 해 직사광선이나 빛이 책에 반사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근시 예방을 위한 식생활
근시는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예방이 가능하다. 눈을 보호하고 근시를 예방하려면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 B,C,E가 부족하면 근시가 생길 위험이 높다. 비타민 B를 보충하려면 김, 간, 마른 표고버섯, 계란, 정어리, 미역, 고등어, 녹색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비타민 C는 녹색채소, 양배추, 감자, 고구마, 딸기, 감 등에, 비타민 E는 장어, 참치, 고등어, 참깨, 아몬드, 콩, 현미 등에 많이 들어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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