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호대상자들 병원·약국서 문전박대의약분업 실시이후 약국과 병원이 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처방약 조제와 진료를 기피, 빈곤층 환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인 이들은 일선 약국들이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조제를 거부, 치료약을 구하지 못하는 데다 수술이나 장기입원도 힘들어 고통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국가서 의료비 늑장 지급… "부담 만만찮아" 기피심각
위암환자인 J(48ㆍ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9월부터 한달여간 항암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병원 처방전을 받아 약국들을 수없이 돌아다녔지만 '의료보호 1종' 보험증을 내밀자, "약이 준비돼 있지 않다."
"의료보호환자에게는 약을 줄 수 없다"며 조제를 거부당했다. J씨는 "생각다 못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아가 억지입원을 한 뒤 겨우 치료약을 구했지만 병원서도 찬밥신세는 마찬가지였다"고 호소했다.
다리신경 마비증세를 앓고 있는 장애인 Y씨는 "처방전을 들고 하루종일 약국 10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한군데도 처방을 해 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경기 부천시 춘희복지관 사회복지사 권혁철(29)씨는 "무의탁 노인과 생활보호대상자 상당수가 약을 못구해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일부 약국에서는 '공짜약을 지으면서 왜 큰소리냐.' '당신들 때문에 약국만 힘들다'며 인격모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보호환자를 받지 않는 소형병원들이 허다하고 대형병원들도 진찰 이외의 수술이나 장기입원은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약국과 병원들이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조제와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국가가 부담하는 진료ㆍ조제비가 6개월~1년 가량 지연지급되기 때문.
서울 송파구 Y약국 관계자는 "정부가 약품조제비를 1년뒤에나 주는데 어떻게 약을 주겠느냐"며 "의료보호환자의 경우 고가의 만성복용약을 다량 조제하는 경우가 많아 영세약국으로서는 부담이 만만찮다"고 항변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보건복지부는 "심사평가원의 자체 심사와 지방자치단체 통보, 의료보호기금의 예산집행 등 의료급여 지급까지는 통상 3~6개월이 걸린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상태다.
건강연대 허윤정 건강네트워크실장은 "병원과 약국에 대한 의료급여비의 무더기 체불로 인해 154만여명에 달하는 의료보호환자만 애꿎게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보호 예산을 충분히 확보, 의료급여를 즉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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