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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공무원연금제로도 안된다 / 선진국은 수입맞춰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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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공무원연금제로도 안된다 / 선진국은 수입맞춰 지출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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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의 공무원 연금제도 개선안은 외견상 선진국 연금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나 내용상으로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수급구조를 갖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행자부는 이번 공무원 연금 개정안을 통해 정부와 개인이 월급의 7.5%씩 내온 부담금을 9%로 인상, 부담률을 선진국에 근접시켰다.

일본의 경우 정부와 개인이 각각 9.195%를 내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고 프랑스와 미국은 각각 7.85%와 7%로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담률이 비슷한데도 선진국에서는 공무원 연금이 대부분 흑자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선진국이 수입에 맞춘 급여지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금 책정 방식으로 우리나라는 퇴직 전 3년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하지만 일본은 모든 가입기간의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선진국의 연금지급 개시연령 역시 급여지출을 줄이는 방향에서 설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단계적으로 60세까지 상향조종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일본 스웨덴 독일 65세, 영국 남자 65세 여자 60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늦게 연금 지급을 시작하고 있다.

미국은 5년이상 근무시 62세, 20년이상 60세, 30년이상 55세 등으로 차별화해 합리적으로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책정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개정안에서 9%인 정부와 개인의 법정부담금으로도 모자라는 재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 문제와 관련, 공무원 연금에 매년 재정의 3분의 1에 달하는 200억 달러를 퍼부으면서 경제가 완전히 파탄, 1998년 IMF 구제금융을 초래한 브라질의 사례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기획취재팀

■지난해만 2조7,000여 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공무원 연금이 재취업에 성공, 당장 돈이 필요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들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 개인의 부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혈세로 충당되고 있어 결국 국민의 소중한 돈이 퇴직 고위관료들의 용돈으로 쓰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1970~80년대 재무부 요직을 거쳐 관세청 지방 청장까지 지내다 98년 퇴직 후 국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A씨(55)는 행장 취임 후 1억1,100만원이던 연봉을 실적급 50%까지 합쳐 3억여원으로 인상,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큰 꾸지람을 당했다. 엄청난 연봉에도 불구하고 A씨는 28년 공직생활에 따른 공무원 연금을 매달 200만원이나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1급을 지내다 지난해 퇴직 후 곧바로 지방공사 임원으로 간 B씨(59)도 비슷한 경우다. 6,000여 만원(판공비 포함)의 연봉에 더해 매달 11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재정경제부 등 이른바 힘있는 국가기관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는 잘 나가는 민간기업이나 정부산하 공사 공단에 임직원으로 곧바로 재취업하는 것이 오랜 관례이다. 민간회사에 취업하면 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고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경우에도 절반을 준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 고소득을 올리는 고위직 법관이나 검사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연금을 전액 수령한다.

지난해 연금지급 총액 7조2,900여 억원 가운데 재취업한 퇴직 고위 공무원에게 지급돼 낭비된 돈은 2.2%인 1,600여 억원에 이른다.

하위직 퇴직자는 생계비용인 연금이 꼭 필요하겠지만 고위공무원 출신 재취업자는 연금이 여윳돈에 불과, 노후보장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지급을 연기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공무원연금제도의 구조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고액연봉 퇴직자에 대해 연금지급을 제한하는 소득심사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행자부가 내놓은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에는 이런 불합리를 고치지 않은 채 소득심사제도 시행이 5년간 유보됐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연금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재취업시 임금이 기준금액을 넘을 경우 초과분 만큼 지급액을 줄이고 있고,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소득이 있는 퇴직자에 대해서는 급여 지급을 연기한다"며 "파산직전인 공무원연금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재취업에 따른 연금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국민부담 이미 70兆

공무원 연금은 현재로서도 70조원에 달하는 부담을 국민에게 안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연금제도가 혁명적으로 바뀌어 수지를 맞추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미 발생해버린 국민 부담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안종범 교수가 올해 초 발표한 연구논문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과제' 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은 보험회계를 적용할 경우 책임준비금(가입자들이 한꺼번에 지급을 요구할 경우를 위해 보관해둬야 하는 돈)이 74조9,600억원에 달하나 실제 적립금은 4조7,840억원에 불과하다.

일반 보험사와는 달리 공무원 연금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할 의무가 없지만 70조1,760억원에 달하는 부족분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부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특히 책임준비금 부족분 규모가 연간 보험료 수입의 21배에 달해 국민 부담은 후세대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 연금은 1960년 시행된 이후 국가와 공무원의 부담금이 월급의 2.3%에서 계속 올라 지난해 1월에는 7.5%까지 인상됐지만 95년 이후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방만한 연금지급 체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25세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0년 뒤인 55세에 퇴직하는 사람의 경우 30년동안 납부한 보험료는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억3,296만원에 불과하지만 퇴직 후 받아가는 금액은 3.54배인 11억7,951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지급초과적 연금구조는 국민연금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가입기간이 동일하고 납입수준이 비슷할 경우 공무원 연금의 급여혜택이 국민연금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 연금의 급여와 부담 수준을 국민연금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KDI도 이런 방안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안 교수는 "공무원 연금을 저부담 고급여에서 적당부담 적당급여로 바꿔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 연봉을 일반기업 수준으로 높이고 연금 운용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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