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심리가 극도로 혼미하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가 저변에 확산돼 거의 공황상태다. 심리적 측면에서만 보면 작금의 경제상황은 지난 환란 당시보다도 나을게 없다.'위기가 온다'는 불안감 정도가 아니라 '기어코 올 것이 왔다'는 좌절감의 기정사실화가 국민일반을 지배하는 현재 분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러 지표들이 웅변하듯 실물 경제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시장도 자금중개의 균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사실상 작동불능 상태다.
사실 우리 경제는 앞으로 최소한 몇 개월은 구조적으로 좋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원래 취지가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거품을 제거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져 시장 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심리가 실제 경제 실상 이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는, '과대 악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최근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얼어붙는 배경에도 이러한 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자칫 심리가 현실을 왜곡하고, 다시 현실이 심리를 무너뜨리는 경제 악순환의 반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경제 주체들의 과대 심리 저하에 정부와 정치권이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말해 개혁과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기대가 절망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현대그룹 문제만 해도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보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되지 않았는가.
각종 구조개혁 법안들도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이뤄진 것이 별로 없으니 실로 답답하기만 하다. 한 부처에서 만들어 성안하면 다른 부처나 정치권에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니 이해집단이 반발한다느니 하며 깔아 뭉개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는 법안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정부내에서, 그리고 정치권내에서 구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도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이같은 난맥상이 오히려 당연한 결과다.
급기야 시급한 공적자금 처리문제 마저 국회 파행으로 차질을 빚어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올 스톱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기 앞서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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