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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운지 / '프로중의 프로'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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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운지 / '프로중의 프로' 김용수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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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백숩니다." 웃으면서 건네는 인사말이 또 한명의 슈퍼스타의 퇴장을 새삼 되새기게 끔 만든다.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선수 김용수(LG). 올해로 만 40세가 될 때까지 전성기 못지 않은 구위로 마운드를 굳게 지켜온 그의 철저한 프로정신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근원이었다.김용수는 20일 조촐한 은퇴식을 갖고 구단에 영구결번된 배번 41번의 유니폼을 반납, 15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잠실야구장에서 그를 만나봤다.

_은퇴는 자의라기 보다 새 체제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구단측 요청에 의해 이뤄졌는데.

"시즌이 끝난 후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휴식을 겸한 마무리 몸풀기를 하던중 잘 아는 기자로부터 '구단에서 은퇴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귀띔을 받았습니다.

집에 전화를 해보니 통보가 왔다고 하더군요. 기운이 쭉 빠지면서 한동안 밥맛도, 다른 의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마음의 정리가 다 끝난 상태입니다만.

아쉬움이야 남지만 구단의 방침이니까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단에서도 미국 연수 등 최대한 배려를 해주었고요."

-김선수는 신앙과 야구밖에 모른다고 할 정도로 사생활이 모범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생활을 하면서 큰 부상이 세 차례 있었습니다. 입단 첫 해 6게임째 등판에서 무릎에 강한 타구를 맞아 1년간 쉰 적이 있는데, 이때 몸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욕심이 좀 많은 편입니다. 훈련시간에는 물론 철저히 운동에 몰두하지만 남들이 쉴 때도 개인훈련을 했습니다. 적당히 선수생활을 했다면 오래 전에 사라졌겠지요.

요즘 저보다 체격조건도 좋고 기량도 뛰어난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위치에 만족해 하다 주저앉는 것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마시절 국가대표로도 활동했지만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프로에서는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비결이랄 것은 없고 상대타자의 생각을 빨리 읽어 역이용하는 경기운영이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프로로 갈 때 '과연 내 공이 통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상대가 노리는 구질을 나름대로 예상해 조심조심 던졌습니다.

상대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났던 것 같습니다."

_현역생활이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을텐데요.

"92년에 좌골신경통으로 허리를 전혀 쓸 수 없었을 때 너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습니다. 오른쪽 골반이 어긋난 것인데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뒷처리를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그때마다 찾아오는 절망감에 자포자기 상태가 됐습니다. 비시즌때 엑스레이를 찍어 미국의 한 병원에 보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결심하던 차에 선배 한 분이 수술받고 다시 제대로 운동을 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며 혼자 이겨내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아침 저녁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는 아내를 보면서 '그래, 하는데 까지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스포츠마시지를 받으면서 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_부인(김미경(39)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알뜰한 내조로 야구계에 소문나 있던데요.

"아내는 결혼전까지만 해도 야구에 문외한이었습니다. 연애시절 제가 즐겨 찾던 음식을 잘 기억했던지 결혼후 체력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주었습니다. 아내는 원래 음식솜씨도 좋은 편이라 저는 웬만하면 외식을 안합니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저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는데 혼자 잘 꾸려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일단 내달 20일께 자매구단인 LA 다저스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지도자수업을 쌓기 위해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코치연수를 떠납니다.

기간은 1년이 될 지 2년이 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제 또 다른 목표가 생긴 만큼 열심히 제2의 인생을 살아볼 생각입니다."

/남재국 jknam@hk.co.kr

[김용수 프로필]

동대문상고(현 청원정보고)와 중앙대를 졸업하고 1985년 LG의 전신 MBC에서 프로활동을 시작한 우완 정통파투수.

최우수 구원투수상 3차례(86,87,89년) 한국시리즈 MVP 2차례(90,94년) 다승왕(98년) 등 화려한 경력에 국내투수 최초로 지난 7월15일 통산 600경기 출장의 금자탑을 쌓았다.

올스타 '베스트 10'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다 올해 처음 뽑혀 현역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산 613경기에 등판, 126승227세이브, 방어율 2.98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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