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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古代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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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古代는 살아 있다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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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9일 일본 나라(奈良)에서 한국일보사와 요미우리신문사 공동주최로 열린 세번째 한일교류좌담회의 주제는 '한일 문화의 원류와 교류'였다. '한일 이해에의 길'이라는 대주제 아래 지난 해 11월 시작된 연속좌담회의 핵심부분이라 할 수 있다.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교류를 통해 오늘을 조명하는 좌담회는 장장 5시간이나 계속됐다. 물건과 문헌, 인적 교류와 왕래, 문자와 사상의 교류가 주된 화제였다. 물건과 문헌으로도 알 수 없는 고대사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서 신화와 상상력의 중요성도 충분히 언급됐다.

좌담회에서는 문화의 동질성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질성의 중요성이 더 강조됐다. 의례적이고 사교적인 차원을 넘어 한국과 일본학자 간은 물론, 한국학자끼리도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런 식의 좌담회로서는 특이할 정도였다고 한다. 일본의 참석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동질성만 이야기해서는 교류도 없고 상호 이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왜 서로 달라졌는지, 다를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문화적 이질성과 갈등의 긍정적 효과와 순기능(順機能)을 키워 나가야만 문화는 발전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분명 다르지만 일본인들의 고대사에 대한 관심은 비교도 안될 만큼 우리와 달랐다. 황실의 유물을 간수하고 있는 쇼소인(正倉院) 주변이나 아스카무라(明日香村)일대, 나라 도다이지(東大寺)주변의 새로운 발굴사실이 연일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었다.

역사학자가 전문서적을 내 집을 살 만큼 스테디 셀러가 되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새로운 발굴이 일상적 화제가 되는 사회인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고대사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관심이 잘못 발전해 역사왜곡이나 교과서왜곡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더욱이 좌담회 직전에 드러난 구석기시대 유물조작사건은 일본사학계ㆍ고고학계의 씻을 수 없는 수치로 기록될 일이었다.

미리 유물을 땅 속에 묻어 놓았다가 새로 발굴한 것처럼 속여 교과서까지 고쳐 쓰게 만들었던 후지무라라는 고고학자는 그 뒤 제명됐지만, 제명만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는 듯한 일본인들의 태도는 실망스러운 일이다. 좌담회에서 일본학자가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이라고 언급했듯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의 경우에는 역사왜곡이나 유물조작이 과연 없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고대 문헌이 거의 전무하고 남아 있는 유물도 빈약하다.

특히 일본 사학계와 비교하면 아직도 대체로 아마추어적이고 국수적이고 방어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일본에 있는 고대의 유물이나 지명에 남은 한반도의 자취를 부각시킴으로써 한반도문화의 일방적인 영향만 강조하는 경향은 여전하다. 한국인들은 일본에 있는 것은 모두 우리가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제대로 알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좌담회에 참석했던 고고학자는 "학생시절에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되는 일본계 유물을 일본계 유물이라고 했다가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자들은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달라진 것은 없다.

게다가 문화유적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파손하거나 제 모습을 살리지 않은채 엉뚱하게 복원하는 식이어서는 고대사를 있는 그대로 알기 어렵다.

아스카무라에서는 신라 문무왕이 한반도 통일을 기념해 만든 안압지를 본따서 조성했다는 유적이 발굴됐는데, 그 유적을 설명하던 일본학자는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안압지 복원을 우습게 생각하는 인상이었다.

역사를 주제로 한 한일 간의 문화행사에서는 공동연구와 공동발굴이 늘 결론이 된다. 공동연구를 통해 풀어낼 수 있는 고대사의 수수께끼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연구라는 것도 학문적 성취와 발굴기술,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비등해야만 빛이 나는 법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무슨 고대 이야기냐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고대에 대한 천착이 없으면 과거를 알기 어렵고 현재는 물론 미래는 더욱 알 수 없게 된다.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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