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자구안을 계기로 현대그룹의 핵분열과 몸집 줄이기가 한층 가속화한다.현대는 올 9월 현대자동차 소그룹을 계열분리한데 이어, 현재 24개인 그룹 계열사를 2002년까지 14개사만 남기고 중공업ㆍ금융ㆍ전자부문 등 10개사를 조기 계열 분리하거나 매각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이끄는 현대는 현대건설과 상선의 2개 전문기업 중심체제로 재편되고 대북사업과 건설ㆍ해외사업 등에만 주력하게 된다.
현대는 우선 2002년 6월로 예정된 중공업계열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울산종금 등 3개사를 내년에 조기 분리하고, 전자부문(현대전자 현대정보기술)의 지분매각과 계열분리도 1년 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정몽헌 회장(1.7%) 현대상선(9.25%) 등이 갖고 있는 전자 지분은 3%를 제외하고 모두 매각돼 건설 등 다른 계열사들의 정상화에 투입된다. 현대전자는 현대그룹이라는 '멍에'에서 탈피, 지분의 해외매각을 통해 독자 생존의 길을 가게 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아산 고려산업개발 현대상선 현대택배 등 14개 소기업집단으로 구성될 현대는 재계 서열도 1위(자산규모 88조원)에서 5위(25조4,000억원)로 내려앉게 된다. 그대신 재계 5위였던 현대자동차그룹(자산 34조원)이 4위로 한단계 상승한다.
자산 11조8,000억원의 중공업부문은 금호와 한라그룹을 제치고 재계 9위로 뛰어오른다.
이번 자구안을 통해 현대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은 2,100억원대의 현대건설 지원으로 독립경영에 흠집을 남기긴 했지만, 자동차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하고 형제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도 현대그룹의 부실 계열사와의 선을 확실히 긋고 중공업을 조기에 분리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반면 정몽헌 회장은 현대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살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키운 금융부문에서 철수하고 현대전자의 지분을 대부분 내놓는 쓰라림을 겪게 됐다.
결국 현대그룹은 1년동안 경영권다툼과 유동성위기의 파란을 겪으면서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당초 후계구도 대로 정몽헌(5남) 회장의 건설부문, 정몽구(2남)회장의 자동차그룹, 정몽준(6남) 고문의 중공업 부문 등 3형제 기업군으로 나눠지게 됐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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