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19일 워싱턴 국립대성당의 일요 예배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관저에서 두문불출했다. 고어는 당초 이날 고향인 테네시 내슈빌로 날아가 8년전 자신이 설립한 연례 '가족재결합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 취소했다. 미 언론들은 고어가 월요일로 예정된 플로리다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 개표결광에 포함시키냐 여부를 심리할 재판을 앞두고 '장고(長考)중'이라고 추정했다.플로리다주의 팜 비치 카운티 등에서 진행중인 수작업 재검표를 통해 막판 뒤집기를 도모하던 고어 후보가 점차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해외 부재자표를 합산한 결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의 격차가 930표로 3배 이상 늘어난데다 현재 진행중인 수작업 재검표의 추세로 보아 역전 전망이 줄어들면서 설상가상으로 민주당내에서도 "이젠 항복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동요 움직임마저 일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19일 현재 플로리다에서 진행중인 팜 비치 카운티 등의 중간집계상황으로 미뤄 고어측이 기대하는 '몰표'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당초의 기대가 '장밋빛 환상'이 아닌가 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고어 후보는 설사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최종집계에서 또 다시 뒤지는 '망신'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
역전승에 대해 이처럼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당내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지적하고 있다. 타임은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이 18일 부재자 투표를 합산한 결과를 토대로 부시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고어 후보를 버렸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중진은 "이제는 2002년 중간선거와 차기대선을 위해 '훌륭한 패자'가 될 때"라고 말했다. 타임은 고어 후보의 재검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과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늦게 수작업 재검표에서도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천막을 걷을 것'이라는 방침을 게파트 총무와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주말부터 워싱턴시 매사추세츠가에 위치한 부통령 관저에는 고어-리버만 커플의 이름을 풍자한 '슬픈(sore) 패배자(loserman)'과 '고어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든 부시 후보 지지자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고어 후보의 운명은 이제 진퇴양난에 처해있는 것 같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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