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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철학재료 풍부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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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철학재료 풍부해져"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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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김치와도 같습니다. 김치는 제가 교수로 있는 버클리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하나가 된 만큼 더 이상 한국철학, 미국철학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 모든 곳에 숨어있는 철학적 재료들을 한 데 통합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철학의 황금시대입니다."세계적 분석철학자 존 설(68ㆍ사진)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화 시대의 철학의 의의와 인문학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국 태생으로 미국 버클리대 철학과 교수인 그는 37세 때 쓴 '언어 행위'로 언어철학의 샛별로 떠오른 이래 심리철학, 사회철학을 넘나드는 영미철학계의 대표적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컴퓨터는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그의 명제는 인간 의식의 고유성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요즘의 인문학 위기는 이념이 모든 것을 지배했던 1960, 70년대에 박사학위를 땄던 교수들이 인문학과 문학마저 이념의 잣대로 분석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세대들이 위대한 문학작품의 본질을 탐구하기 시작하는 등 인문학의 미래는 밝다"고 낙관했다.

그는 또 '최소 10%는 이해가 가지 않게끔 책을 써야 독자들이 숭고한 사상이라고 여긴다'는 미셸 푸코의 말을 비판하며 "아무리 어려운 철학개념이라도 독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철학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국철학학회 초청으로 내한한 그는 '합리성'을 주제로 고려대 국제관 국제회의실(21일), 서강대 다산관 101호(23일ㆍ이상 오후 3시 30분) 등에서 강연한다.

김관명기자

kimkw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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