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사회지도층 포함...정치인 처리에 성패달려" 이제 때가 왔다. 그동안 꾹 참아왔다. '부패에 대해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원성(怨聲)이 빗발치는 지금이야말로 기강을 바로 세울 기회다."
정부 사정기관의 한 고위관계자가 19일 이번 주부터 전면적 사정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털어놓은 속내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는 작위적 사정의 흔적을 지우고 공직사회의 자율적 성숙에 비중을 두어왔다"면서 "그러나 그 결과가 기강 이완, 부패 확산의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어 칼을 빼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3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결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리 척결을 강조한 대목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정부의 사정 작업은 상당히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다. 20일 사정관계장관들이 이한동(李漢東) 총리에게 사정 방향을 보고하고 21일 사정관계 장관회의가 열리며 이어 차관급 회의, 감사관 회의 등이 열린다.
사정 규모는 '부패와의 전면전'이라는 슬로건을 고려해보면 아주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상은 일단 공직사회지만 공기업, 사회지도층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정을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2월까지 4대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리 척결, 기강 확립작업이 개혁 추진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물론이고 기강해이 등 문책사유가 드러난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이 '퇴출'등의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사회기강을 다잡는 데 일벌백계의 효과가 있는 가시적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한 사정책임자는 "준비돼 있다"면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비리의 구체적 사실들이 포착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정당국의 강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정은 결정적 한계를 안고 있다. 어느 사건이나 '약방의 감초'격으로 연루돼 있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야당 의원들은 '방탄국회'의 뒤에 숨어 있어 조사조차 할 수 없고 힘있는 여권 실세들이 사정의 접근을 차단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정의 성패는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드러났을 때 얼마나 단호한 조치들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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