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찬가(讚歌)가 어느새 만가(輓歌)로 바뀌었다. 퇴출기업 뿐 아니라 데이콤 한국전력 증권거래소 등 대형 사업장에 노동가가 넘치고, 전대미문의 취업경쟁률에 실업예비군들은 치를 떤다. 공적자금 동의안 등 주요 현안을 처리해야할 국회는 살벌함으로 가득하다.신경제의 복음을 전파하던 미국은 묵은 제도와 법의 함정에 빠져 대선을 치른지 보름이 되도록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한다. 시장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불확실성만 더욱 키워가고 있다.
현대건설이 정부의 손목비틀기식 해법도출과 혈족기업들의 반발에 따른 후유증을 안고 오늘 자구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현대건설이 연명 수준을 넘어 완전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지에 의문부호를 단다. 지구안에는 이에 대한 답변이 포함돼야 한다.
정부가 지난 주말 채권펀드 10조원 추가조성등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IMF망령이 가계와 기업을 휘젓다 보니 돈도 돌지않고 심리도 얼어붙었다.
정부는 학계와 언론이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다고 불평하지만, 내년 경기와 실업률, 물가를 얘기하는 정부 목소리엔 이미 힘이 없다.
최근 포춘지 기자는 앨런 그린스펀 미 FRB의장 전기에서 "만약 그린스펀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린스펀을 발명해야 했을 것이다"라고 최고의 헌사(獻辭)를 바쳤다.
우리에게도 이런 인물이 있는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무원칙을 원칙으로 삼는 정책을 펴면서 국민들에게만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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