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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학 묻어난 강한 붓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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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학 묻어난 강한 붓놀림

입력
200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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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익전 24일부터 가나아트센터"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 듣기엔 이제 늙었지요. 40대에 요절하지도 않았으니 천재소리 듣기도 틀렸고요.

앞으로 남들이 따라 못할만한 경지에 올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대가란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이미 우리의 삶을 익살과 해학으로 그려내 '대가' 소리를 듣기에 어색하지 않은 이만익(62)씨가 5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화업 45년을 맞는 개인전으로 24일부터 12월 1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전시한다. 익숙한 그림이라 대충 준비한 것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는 마냥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림을 5분도 채 안보고 '옛날하고 하나도 안 변했네' 하고 툭 던지는 평론가들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상처 받는지 모릅니다. 작가의 그림이 전시회 때마다 바뀔 수 있나요.

조금씩, 조금씩 색깔도 변하고, 소재도 확장되는 것 아닐까요. " 그는 "열심히, 충실하게 작품을 감상해 달라"면서 "원색이 줄어들고 선도 자유로워졌음" 을 자신의 변화로 꼽았다.

우리의 전통탈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1,000호 짜리 대작 '탈놀이'를 비롯, 300호가 넘는 대작이 전시작 40여점 가운데 8점이나 된다.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과 굵고 뚜렷하면서도 단순 명료한 윤곽선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가 밝힌 것처럼 '탑' 등 몇 신작에서 색상은 가라앉고, 선은 자유분방하게 변했음이 느껴진다.

가족도가 그의 주테마였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우화-1950년 여름'이나 '금강화사(金剛畵師)' 등으로 역사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석굴암 본존도' '관음도' '탑' '미륵반가사유상' 등 불교적 주제도 깊이 탐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50주년 행사가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어요. 올초부터 준비해온 그림입니다.

형제가 칼을 높이 들고 서로 싸우는 장면을 통해 못난 형제 같은 우리 모두를 고발하고 싶었어요." 피 흘리는 잔인한 장면이 싫어 만화처럼 처리한 '우화'는 군인의 아들이었던 작가가 목도한 동족상잔의 잔인한 전쟁 이미지가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불교소재의 그림에도 뚜렷한 주관이 실려있다. 핑크색으로 그려진 석굴암은 '토함산 해맞이를 하면서 아침햇살에 빛났던 순간의 모습'이다.

파란 여백은 짙푸른 동해의 빛깔이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 많아진 데 대해 그는 "요즘 같은 험한 세상에 관세음보살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면서 "우환이 생길 때 이런 걸 그리면 난마처럼 얽혔던 일도 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구려 건국설화를 바탕으로 한 '주몽' '하백일가도' '유화 취적도' 와 뮤지컬 '명성황후' 의 포스터로도 쓰였던 97년작 '명성황후' 도 나온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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