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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큰손 달러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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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큰손 달러 사재기

입력
200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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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뭉칫돈이 '달러'에 몰리고 있다.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원화가치가 하락(환율상승)할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달러 가수요(假需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결과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1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1,141원을 기록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이 국내 자금을 모집,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식과 채권에 운용하는 해외뮤추얼펀드 수탁고가 9월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 펀드는 원화로 가입하면 국내 판매사가 달러로 환전, 해외로 송금하며 환매 후에도 달러화 예치가 가능하다.

프랭클린템플턴의 경우 10월말 기준 수탁액이 8월보다 두배 이상 늘었고,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도 10월 신규수탁고가 9월보다 40~50% 증가했다.

피델리티 한국지사 관계자는 "300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해 중산층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유수의 해외투자은행이 한국 상륙을 서두르고 있어 해외투자붐이 급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늘면서 이로 인한 달러 순유출은 9월말 기준 1억8,360만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7, 8월만해도 환매가 많아 순유입을 기록했었다.

해외증권투자에 몰리는 자금이 합법적이라면 최근 암달러시장에는 신분노출을 꺼린 큰손들의 달러 매입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던 서울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암달러시장에는 요즘 50~60명의 환전상이 '경제불안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암달러상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김모(49)씨는 "수억원의 거금을 들고와 흥정을 벌이는 사람이 부쩍 늘어 IMF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살맛이 난다"며 "경제가 불안해지니까 여윳돈을 달러로 미리 바꿔두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해외증권투자 등으로 내국인의 달러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을 높게 평가한 외국인들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이 11월 들어 순유입으로 돌아서 급격한 환율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자유화가 시행되는 내년초 실물경기의 급속한 둔화, 경상수지 적자 반전, 미국 경착륙 가능성 등 대내외 악재가 현실화하여 외국자본이 이탈할 경우 내국인들의 달러화 자산이 곧바로 국외 도피(capital flight)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곽상경(郭相瓊) 고려대 교수는 "달러 가수요 자체가 환란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발생시 이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며 "정부는 구조조정 성공에 대한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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