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플레이 했다면 벼락맞을것"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가장 괴로운 사람은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이다. 한나라당은 "의장이 여당과 짜고 탄핵안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하며 사퇴 권고 결의안을 제출했다. 게다가 친정인 민주당은 아직도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의장이 ▦17일 밤 정회를 선포하고 의장실로 돌아간 것 ▦홍사덕(洪思德)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지 않은 것 등을 문제 삼아 ' 직무유기'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 의장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심을 걸고 사전에 여당과 의논하지 않았음을 밝힌다"면서 "만일 여당과 짜고 이중플레이를 했다면 벼락을 맞아 죽을 짓"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의 한 측근은 "이 의장이 심기가 불편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_탄핵안 처리가 무산됐는데.
"탄핵안을 매듭짓지 못해 국민에게 죄송하다."
_야당이 "이 의장과 여당이 짜고 탄핵안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하는데.
"너무 억울하다. 내가 만일 여당과 짜고 이중플레이를 했다면 벼락을 맞아 죽을 짓이다. 여야 어느 쪽이든 의총 소집을 요구하면 정회를 선포하는 게 관례고, 정회 때는 의장실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습관이다. 당시 홍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면 여야 간에 대충돌이 벌어졌을 것이다."
_여당 의원들이 의장실을 봉쇄한 데 대해 유감 표시를 했는가.
"여당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여당 총무에게 '이럴 수 있느냐' 고 항의했다. 나는 여당의 전략에 속았다. 여당이 의장실을 봉쇄할 줄은 몰랐다."
_향후 국회 대책은.
"나는 날치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결코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여야가 잠시 냉각기를 가진 뒤 역지사지의 자세로 국회를 조기에 정상화해야 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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