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예상됐던대로 고액 논술과외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이번 입시는 논술에 달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에 편승, 논술과외 교습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고액 논술과외 열풍
학원에서 소개한 논술강사에게 400만원을 주고 20일부터 개인과외를 받기로 했다는 서울 강남 K고 3년 박모(18)군은 "가채점 결과인 387점으로는 도저히 특차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주말에는 1인당 300만원씩을 주고 S대 강사를 부르자는 논의를 반친구 4명과 한 적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가채점 점수가 370점대라는 H고 이모(18ㆍ여)양은 "다음주부터 수강료 120만원을 내고 학원 논술특강을 듣는다"고 했으며 S고 정모(17)군 역시 "20명이 함께 듣는 150만원짜리 논술교실에 접수를 마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가 알려진 이후 서울 강남 일대 소규모 보습학원이나 비밀리 활동하는 고액강사의 경우 몸값이 100%이상 '폭등'했다는 게 학원가의 설명.
학원강사 정모(31)씨는 "족집게로 유명한 S(37), J(30)씨의 경우 매주 두차례 개인지도하는데 최하 월 1,000만원을 줘야 움직인다"면서 "지난해보다 100% 인상된 가격이지만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행정당국의 감시에 노출돼 수강료를 대폭 올리기 어려운 일부 대형학원들은 별도로 부유층 학생 4~5명씩을 모아 유명강사를 섭외해 1인당 500만원까지 받는 편법으로 '논술 대목잡기'에 뛰어들고 있다.
모 학원 관계자는 "최대 100명씩 듣는 단체 수강의 경우 첨삭지도등에서 아무래도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가격을 불문하고 개인이나 그룹과외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 너도나도 강사 대열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 쓰는 일과 관계가 있다싶으면 너도나도 논술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강남 K학원 관계자는 "강사 중에는 명문 SㆍYㆍK대 국문학, 사회학, 철학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많다"면서 "이들은 수험생 1인당 250만~300만원씩 받는 그룹과외를 맡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 특히 명문대 국문과 등 논술 출제위원들과 친분있는 대학원생들이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신문연재소설까지 썼던 유명 소설가나 모 명문대 교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강사들이 친분있는 상류층 자녀들을 상대로 최하 기천만원을 받고 논술지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액 논술과외의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학원 관계자들 조차 "어떤 강사등 단 한달만에 얼마나 실력을 향상시키겠느냐"며 "평소 독서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아놓은 수험생이 결국 잘 치를 것"이라며 '과외무용론'을 말하고 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김세정기자 sej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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